벤처기업 54.7%, 개정에 ‘부정적’
“경영 자율성·효율성 훼손될 우려”
‘소액주주 표심 노린 의도’ 분석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16.](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4/3260517_3322543_355.jpg)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약으로 상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벤처기업계는 해당 법안이 경영 자율성과 효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개정안의 핵심 조항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와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의무화’ 등에 대해 기업 현장에서 경영권 침해, 의사결정 지연, 법적 리스크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재표결 끝에 부결된 바 있으며, 이 후보의 재추진 선언은 기업 현실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한민국 주식투자자가 1400만명을 넘어섰다. 이제 우리 국민도 제대로 자산을 키울 수 있는 선진화된 주식시장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으로 코스피 5000시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상법 개정을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 선임 활성화,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상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된 법안이다.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을 만큼 정치권 내에서도 이견이 큰 법안이다. 게다가 벤처기업계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의 핵심 조항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에 대해 응답한 벤처기업의 54.7%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특히 상장 벤처기업의 경우, 66.7%가 기업 경영 및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는 총 169개사가 참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해 이사들이 직무 수행 시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공평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은 일부 소액주주의 경영 개입을 허용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확대를 노린 외부세력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바이오기업 I사는 “악의적 의도를 가진 투자기관이나 개인 주주가 이번 개정을 활용해 기업 경영에 불필요한 간섭과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전자장비업체 D사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핵심인 벤처업계에선 상법 개정으로 전략적 투자와 고용 창출이 위축될 것”이라며 경영 효율 저하를 경고했다.
이 후보는 ‘소액 주주 보호’를 내세우며 해당 법안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해당 법안이 대한민국 벤처·중소기업계 전반의 경영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현실을 외면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의무화 방안에 대해서도 벤처기업의 38.0%가 “기업 부담 증가와 비효율성 유발”을 이유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개정안이 자본 유치와 R&D 투자 등 주요 활동을 위축시켜 벤처기업의 혁신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의 균형 있는 접근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상법 개정 재추진과 함께 쪼개기 상장 시 일반주주 우선 배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정부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의 거센 반발과 현실적인 부작용이 명확히 드러난 상황에서 이 후보가 이를 다시 꺼내 든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소액주주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업지배구조 전반을 좌우하려는 포퓰리즘적 접근이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토대이지, 정치권의 간섭 확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