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거래대금 90% 차지
43개 종목 과열종목 지정
트럼프 보편관세까지 악재
증권가 “당분간 반전 난항”
한달까진 주도주 매수 유리
깜짝 실적시 주가 상승 전망

핵심요약
◆약 1년 반 만에 공매도 거래 재개
공매도가 지난달 31일 본격 재개됐다. 이날에만 총 1조 7284억원의 공매도가 거래됐으며, 이 중 외국인이 거래한 액수가 1조 5434억원에 달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직전 거래일인 2023년 11월 3일에 비해 총 거래액은 1조원 가까이, 외국인 거래대금도 3배가량 증가했다.
◆악재 겹쳤지만 중장기적으론 호재
공매도 재개와 함께 미국발 관세전쟁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심은 악화됐다. 다만 증권가 안팎에선 중장기적으론 외국인 수급 여건 개선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까지는 시장 주도주를 매수하는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공매도가 17개월 만에 전면 재개되면서 국내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공매도 재개와 동시에 외국인이 1조 5천억원 넘게 매물 폭탄을 던지면서다. 공매도가 재개된 다음날 43개 상장사의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는 등 공매도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당분간 우리나라 증시가 약세를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매도 재개 첫날, 외인 1.5조 거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지난달 31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조 7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거래대금은 1조 5434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90%를 차지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 첫날 거래대금은 공매도 전면 금지 직전 거래일인 2023년 11월 3일 거래대금 총합(7720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늘었다. 당시 양 시장에서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이 545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 3010억원, 공매도 거래량은 2646만 2946주였다. 투자자별로 외국인이 1조 17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관 1110억원, 개인 120억원 순이었다.
코스닥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4270억원, 공매도 거래량은 1912만 3341주였다. 투자자별로 외국인 3650억원, 기관 590억원, 개인 20억원 순으로 많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6.86p(3.00%) 내린 2481.1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직전 거래일보다 20.91p(3.01%) 내린 672.85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대차잔고가 늘었던 이차전지주를 비롯해 43개 종목이 하루 동안 공매도가 금지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지난 1일 한국거래소는 SK하이닉스, 카카오 등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14개사와 테크윙, 네이처셀 등 코스닥 상장사 29개사 등 43개 종목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고 이들 종목에 대한 공매도 거래를 하루 동안 금지했다.
코스피 상장사 중 해당된 종목은 ▲SK하이닉스 ▲롯데지주 ▲한샘 ▲SKC ▲롯데쇼핑 ▲SK ▲디아이씨 ▲일진하이솔루스 ▲카카오 ▲한미반도체 ▲CJ제일제당 ▲HD현대일렉트릭 ▲동원시스템즈 ▲엔씨소프트 등이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공매도 재개 전부터 예고돼 왔다. 이차전지주에 대한 대차잔고가 늘면서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LG에너지솔루션이 6% 넘게 하락한 것을 비롯해 에코프로(-12.59%), 엘앤에프(-7.57%), 포스코퓨처엠(-6.38%) 등 주요 이차전지 종목이 폭락했다.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높아 공매도에 취약한 제약·바이오 업종도 이날 줄줄이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34% 하락했고, 셀트리온제약(-4.72%), 셀트리온(-4.57%), HLB(-3.67%)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美 관세 불확실성도 투심 악화
대차잔고 확대도 영향을 미쳤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불확실성도 공매도 거래를 늘리는 데 기름을 부었다. 관세 불안이 대외적으로 부각되면서 투심을 더욱 악화시킨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상호관세 외에 모든 국가에 20%를 부과하는 보편관세를 검토하면서 시장 불안감을 키운 상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열고 “관세 발표는 2일 이뤄진다”면서 “이는 그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말하진 않았으나 미국 백악관 보좌진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부분 수입품에 약 20% 관세를 물리는 관세 초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여러 옵션이 아직 논의 중이어서 20% 관세율이 아닌 다른 방안이 확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옵션은 일괄적인 20% 수입 관세 대신 국가별 ‘상호’ 접근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증권가 안팎에선 당분간 국내 증시 상황이 반전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하락은 단순 공매도 재개 때문이라기보단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과거 공매도 금지 후 재개 조치가 시행됐던 사례를 보면 수익률 및 변동성 측면에서 이번 공매도 재개 이벤트도 증시 자체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증권은 “공매도라는 이벤트 자체가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공매도와 관련된 종목 스크리닝은 필요하다”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는 성장주는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은 공매도 재개라는 이벤트를 가장 먼저 단기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올투자증권도 “SK하이닉스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추가로 공매도 잔고가 누적될지 또는 공매도 거래 심리가 지정되는 모습이 나타날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코스피 지수 반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올투자증권은 또 “공매도 재개 직후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고 외국인 역시 단기 매도 대응이 예상된다”며 “낙폭 과대 인식 속에 미국 증시 반등으로 우리 증시도 반등을 시도하겠으나 정치 불확실성, 관세 리스크와 맞물려 있는 만큼 과열 종목의 공매도 잔고 감소, 삼성전자 공매도 잔고 증가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재개, 투자 어떻게 해야 하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한 달까지는 시장 주도주를 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3차례의 공매도 금지 기간 급감했던 외국인의 국내 증시 참여 비중은 공매도 재개 이후 모두 증가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후 6개월 동안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대비 외국인의 비중은 2009년 16.0%에서 21.8%로, 2011년 16.7%에서 21.8%로, 2021년 17.2%에서 21.0%로 3차례 평균적으로 약 4.9%p 늘었다.
키움증권은 “추세적인 수급 방향성은 펀더멘털 요인이 결정하겠지만 공매도 재개 이벤트는 외국인 국내 증시 참여 유인을 제고시키고 외국인 수급 여건 개선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증권도 2021년 공매도 재개 이후를 분석한 결과 공매도 재개 직전 주가 흐름이 양호했던 종목들은 재개 이후에도 약 한 달간 강세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주도주들은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당분간 현재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상승한 종목에 대한 숏(공매도) 전략은 1분기 실적 시즌 이후가 보다 적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낼 가능성이 크고, 대차잔고까지 낮은 종목이라면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봤다.
대신증권도 “과거 세 차례의 공매도 재개일 당시 코스피 등락률은 각각 +1.38%(2009년 6월 1일), -4.94%(2011년 11월 10일), -0.66%(2021년 5월 3일)로 갈렸다”면서도 “공매도 재개 이후 3개월이 지난 뒤 코스피는 모두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각각 2009년에는 14.7% 뛰었고, 2011년과 2021년엔 10.0%, 2.84%씩 올랐다.
대신증권은 “2009년과 2021년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며 “수급 변화에 따른 단기 등락은 있겠지만, 외국인 순매수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추가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