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재개 후 전망 엇갈려
외국인 비중 공매도에 늘 듯
MSCI 편입 가능성도 커져
증시 변동성 심화 우려 시각도
3개월 이상 중장기선 안정세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오는 31일 공매도가 1년 반 만에 전면 재개된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외국인 자금으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공매도 전산화 작업 및 관련 안내를 마무리하고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재개한다.
공매도는 가격이 내려갈 것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회사 및 증권금융사에서 빌린 주식을 팔고,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합리적인 주가 형성에 기여하지만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락장에서 공매도가 늘면 낙폭이 확대되는 원인이 되지만 반등 시엔 단기 급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 제3자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공매도’로 구분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1년 반의 공매도 금지 기간에 대차·대주 거래 조건을 통일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다듬었다. 공매도 목적의 대차·대주는 상환 기간을 90일, 최대 12개월로 통일했고, 신용거래 담보 유지 비율도 개인과 기관 모두 105%로 조정했다.
무차입 공매도 모니터링 절차도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기관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잔고를 초과한 매도 주문을 자동 차단하도록 했다. 이후 거래소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을 통해 모든 거래 정보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금감원의 추가 점검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증권가는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 수급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시가총액은 741조 482억원으로 전체(2537조원)의 29.2%를 차지했다. 외국인 시총 비중은 지난해 9월 30%선 아래로 떨어진 뒤 6개월째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인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를 지속 순매도한 데 영향을 받았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액은 27조 1993억원에 달했다.
외국계 펀드는 주식 투자 시 보유 주식의 가격 하락 위험을 헤지(손실 회피)하기 위해 공매도를 활용해 롱숏 전략(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취하는 기법)을 펼친다. 이로 인해 그간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외국인 자금 유입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례로 현대차증권이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해당 비중은 2008년 10월 공매도 금지 전 31~32% 수준에서 공매도 금지 후 1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이듬해 6월 공매도가 재개되자 차츰 올라 20%대를 회복했다.
두 번째 공매도 금지(2011년 8월~2011년 11월) 당시에도 공매도 금지 전과 후, 공매도 재개 당시 외국인 비중은 18~19%→15~16%→20%대로의 회복 흐름을 보였다. 세 번째 공매도가 금지된 2020년 3월~2021년 5월 당시에는 18~19%→12~13%→17~18%의 비중 변화가 나타났다.
그간 불투명했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MSCI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하면 자연스럽게 편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변수는 공매도 재개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매도가 금지됐다가 재개된 2009년, 2011년, 2021년 당시 공매도 재개 직후 한 달 동안은 시장이 다소 흔들리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3개월 이상의 중장기 관점에서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공매도가 금지됐던 당시 코스피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0.4%·-1.7%·1.8%로 평균 –0.1%에 불과했으나, 3개월로 따지면 14.0%·5.6·1.7로 평균 7.1%에 달했다.
이러한 가운데 차입공매도에 필요한 대차잔고가 로봇, 화학, 철강 등 업종 중심으로 대폭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차잔고는 9억 691만 7천주로 한 달 전(8억 2211만 7천주) 대비 10% 늘었다. 금액으로 따졌을 때 43조 3635억원에서 47조 3042억원으로 3조 9400억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대차잔고도 10조 4334억원에서 10조 5324억원으로 990억원 증가했다.
전진건설로봇 대차잔고는 한 달 전(3억 4천만원)보다 18배 늘어난 60억 1500만원에 달했고, 티로보틱스 대차잔고도 4억 9200만원에서 58억 7200만원으로 12배가량 늘었다.
과거 공매도가 많이 이뤄졌던 이차전지, 화학, 관광 관련 종목 역시 공매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2023년 11월 3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잔고 비중 상위 종목에는 이차전지, 화학, 관광 관련 종목이 대거 포진했다.
당시 공매도잔고 비중이 컸던 상위 1위와 2위 종목은 호텔신라와 롯데관광개발로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액 비중은 각각 7.6%, 5.7%에 달했다. SKC(5.6%), 포스코퓨처엠(3.9%) 등 이차전지주와 코스모화학(3.2%) 등 화학주도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에 해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