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대한민국 정치의 1번지는 국회라고 한다. 그런데 국회는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으로 입법부이다. 정치의 중심인 국회가 입법기관이라면 법과 정치가 어떻게든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을 보면 정치란 국가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한다.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정치라면, 법치는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말하므로 정치든 법치든 국가를 통치한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한민국을 정치국가라고 하지 않고 법치국가라고 한다. 이는 사람에 의해 국가가 통치되지 않고 법으로 국가를 통치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의 주관적 생각과 판단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정치는 인간에 의한 통치로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다. 이에 반해 법치는 인간이 자의에 의하지 않고 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는 것으로 객관적 기준에 따라 좀 더 공평하게 통치할 수 있게 된다.

법에 따라 작동하고 운영되는 국가라고 해도 정치가 배제된다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존속하고 운영되는 데 정치는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한다. 정치란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부조화 또는 부정적인 것을 바로잡아 극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를 정치활동 또는 정치협상 등 다른 용어와 결합해 사용한다. 그리고 국가의 정치체제 또는 정치제도란 용어를 통해 법과 제도 등을 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제도는 대통령제와 국회의 민주적 체제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형태를 대통령제라고 하는데, 이를 보면 정치제도와 정부형태는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정치와 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정치가 먼저 시작되었지만, 인간의 행동을 규율하는 규범의 한 종류로 법이 문자화하고 문서화해 뒷받침했다.

법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법이란 사람 간의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인류의 역사는 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이유로 과거의 법은 주로 권력자가 만들어 자기의 통치를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권력의 도구가 됐다. 이런 법의 어두운 역사는 근대 계몽주의로 인간이 자각하면서 점차 변했지만, 여전히 오늘날까지도 그런 위험이 남아있다.

법과 정치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규범이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이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 법질서로서 국민의 정치적 결단을 문서화한 법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는 정치적 요소가 없지만, 헌법의 여러 곳에서는 정치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란 것과 국민주권, 국가권력의 원천으로서 국민, 그리고 국가조직과 권한 등이다.

우리나라 헌법을 보면 전문뿐만 아니라 본문의 여러 조항에서 정치라는 용어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헌법전문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또는 평등권 조항에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고 있다. 이를 보면 헌법이 정치를 국가의 한 영역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원리이기 때문에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또는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통해 정치를 법으로 규율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정치는 법을 통해 보호되고 통제된다. 헌법이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에 민주적 활동을 요구하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규정한 것도 그런 의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심각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계속해 법률안을 쏟아내고 있다. 법치국가란 정당한 법이 지배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엄격하게 합헌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그리고 대통령의 체포·구속·기소 과정에서 국가공권력이 적법했는지 의문이다. 또한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데, 헌법재판소가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 대통령이 피청구인으로서 권리를 적법하게 보호받고 있는지 많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법치국가는 정당한 법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법의 적용과 집행도 정당해야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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