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글로벌 패권갈등과 전쟁 리스크가 정점을 찍은 가운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건설업계가 또다시 찬바람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은 냉랭하고, 이번엔 국군통수권자의 ‘외통수’가 업계를 분노케 했다. 외통수란 어떤 수를 써도 패배를 피할 수 없는 수를 의미한다.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했을 때, 시장이 상상한 건 북한 붕괴나 극단적 도발 같은 중대 사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국정 농락을 막겠다며 군 동원까지 언급했고 “저를 믿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계엄령은 4일 새벽 국회 결의로 불과 6시간여 만에 해제됐지만, 이 어이없는 ‘외통수’는 한국의 안정적인 이미지에 큰 흠집을 냈다.

정국 혼란은 즉각 경제지표에 반영됐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급등해 한때 1442원을 찍었고, 1414원대까지 진정되는 듯했으나 지난 6일 다시 1423원 선에 머물고 있다. 환율 급등은 철근‧콘크리트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인상을 불러 건설공사비 부담을 키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130.32로 전년 동기 대비 0.92% 상승했다. 이미 2020년 기준 100에서 ▲2021년 117.37 ▲2022년 125.33 ▲2023년 9월 130.45로 계속 올랐는데, 여기에 환율 변동까지 겹치며 공사비 상승 압박이 가중된 셈이다.

해외수주 상황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건설사가 해외 90개국에서 기록한 누적 수주액은 285억 2586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 계엄 사태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면 해외 발주처들이 계약을 망설이거나 불리한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정치적 안정성을 믿었던 해외가 한국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면 부동산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재건축 특례법이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야당 반대가 큰 법안은 정국 혼란 속에서 더욱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탄핵이나 하야 같은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면서 정책 기조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은 단기 변동성이 크지 않더라도 이런 불확실성이 쌓여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건설사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해외수주 환경 변화를 정밀히 분석하고, 발주처 신뢰 회복을 위해 설득 작업에 나섰다. 환율 스왑 등 금융 리스크 대응도 서두르고 있다. 목표했던 1조 달러 해외수주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국가 신인도 하락은 향후 수주 경쟁력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끝난 계엄령이지만, 후폭풍은 깊고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혼란, 환율 변동, 불확실해진 정책 환경이라는 ‘삼중고’ 앞에서 건설업계는 외통수에 몰린 듯한 상황이다.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정국 속에서 시장은 불안정해지고, 업계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지나친다면, 그 대가는 결국 기업과 국민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건 외통수를 넘어설 책임 있는 결단, 그리고 무너진 신뢰를 되살릴 수 있는 실제적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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