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 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앞에 계엄군이 나와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4.12.04.](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2890_3263526_3335.jpg)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민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내용 중 일부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2시간짜리’ 선포 후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윤 대통령의 해제 담화까지 ‘6시간짜리’ 비상계엄의 대가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46년 만에 한국에 내려진 비상계엄의 여파는 경제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증시는 최저치를 기록하고 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치솟았다. 언제든 비상계엄이 내려져 군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국가 신인도 불안감이 조성됐고, 밸류업 정책으로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등을 돌렸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으로 혼란스러운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다.
금융위원회는 계엄 사태로 인한 시장 충격에 대비해 10조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5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 데 이어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에 투입된 유동성은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50조원 이상이 비상계엄 파장을 줄이는 데 쓰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추락하는 국내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연기금이 쓴 돈도 국민 호주머니에서 각출한 연금이다. 기관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2조 8882억가량을 사들였다. 이 중 연기금은 1조 84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은 환율 방어에도 쓰였다. 한국은행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등을 통해 환율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 2월까지 비상계엄 선언에 따른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비정례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장 쓰지 않았어도 될 국민의 세금과 연금이 한순간의 계엄 사태로 날아간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주도권 경쟁에 빠져 조기에 금융시장의 혼란을 봉합할 기회를 놓쳤다.
여당이 1차 표결에서 당론을 이유로 불참하고, 2차 표결에선 참여하되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불확실성을 확대시켰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여야는 헌법재판관 3명의 추가 임명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금융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 이탈을 이어갔고, 환율도 1440원선 턱끝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사태가 지속되면 한국경제는 어떤 상황에 놓일까.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불안에 따라 수출이 불안한 상태에 놓였고, 성장률마저 부진한 모습에 놓인 한국이었다. 고금리, 고물가에 부진했던 소비도 비상계엄으로 더 쪼그라들게 생겼다. 경력자만 뽑는 취업시장에 좌절하거나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니트족으로 돌아서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빚에 허덕이거나 전세사기를 당해 세상을 등진 청년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정치적 유불리, 차기 대권을 향한 야망에 빠져 지금 사태를 장기화시킨다면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여야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고 경제의 안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