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전기차. (출처: 연합뉴스)
BYD 전기차.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내년 초부터 한국 승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중형 세단 ‘실(SEAL)’, 소형 SUV ‘아토3’, 해치백 ‘돌핀(Dolphin)’ 등 다양한 라인업을 내세운 BYD의 무기는 단연 ‘가격’이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BYD 차량의 가격은 2000만원 후반대에서 3000만원 초반대에 형성될 전망이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주력으로 내놓은 저가 전기차보다 훨씬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BYD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답게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압도해왔다. 한국에서도 ‘아토3’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보다 최대 700만원 저렴할 가능성이 크고, 중형 세단 ‘실’은 아이오닉 6보다 1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흐름에서 BYD의 등장은 현대차·기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점차 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한때 ‘저가’ ‘저품질’의 대명사였던 중국 제품은 이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인기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볼보와 테슬라 같은 고가 차량조차 중국에서 생산되는 시대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BYD 역시 이러한 변화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BYD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경우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테슬라 등 기존 수입 전기차 업체들도 가격 전략의 수정을 요구받을 것이다. 현재 테슬라가 점유하고 있는 수입 전기차 시장의 절반가량이 BYD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의 입장에서 이는 경고의 신호다. 현대차는 경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하며 소비자 친화적인 가격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노렸고, 기아는 EV3 같은 중저가 전기차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BYD의 파격적인 가격과 라인업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BYD의 진출은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다. BYD의 배터리 기술은 안정성과 효율성 면에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차량 라인업과 합리적인 가격을 결합해 소비자에게 ‘중국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신뢰를 중심으로 삼는 한국 시장에서 BYD가 얼마나 빠르게 신뢰를 얻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달라질 전망이다.

또한 BYD의 공세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 전기차 수입에 대한 관세 인상이 논의되고 있지만 한국은 비교적 개방적이다. 8% 관세라는 낮은 장벽은 BYD가 한국 시장을 거점 삼아 더욱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게 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BYD의 급속한 확장에 대비한 구조적 대응에 나서야 할 이유다.

BYD의 한국 상륙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터줏대감격인 현대차·기아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단순히 가격만으로는 BYD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 기술력 강화와 차별화된 품질, 더 나아가 중국산과 차별화되는 ‘신뢰’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산 전기차는 더 이상 해외 시장에서만의 위협이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고, 테슬라와 볼보가 중국산 생산 모델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BYD도 한국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 품질, 신뢰를 두고 현대차·기아와 BYD 간 저울질을 할 것이다. 승부의 향방은 오로지 소비자의 몫으로, 누가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느냐에 달렸다.

BYD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 싸움이 아니라 한국 전기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보호와 경쟁 촉진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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