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3선 도전’ 의지를 공식화한 이기흥 회장이 이끄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이 회장을 비롯한 체육회 관계자들이 정부가 준 보조금과 기업 등이 제공한 후원금을 유용하거나 부당하게 집행하지는 않았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이 회장 등 8명에 대해 업무방해(부정 채용)와 제삼자 뇌물 공여(물품 후원 요구), 횡령(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배임(예산 낭비) 등의 혐의를 포착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회장은 체육계 안팎의 눈총을 받고 있으면서도 최근 체육회장 선거준비단에 ‘후보자 등록의사 표명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체육회장을 포함한 체육회 임원이 회장직 선거에 나서려면 기존 임기가 끝나기 90일 전까지 서류를 내도록 규정돼 있는데,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출마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2016년 체육회장직을 맡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그는 일찌감치 3선 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던 터였다.

이 회장의 3선 도전은 체육계 내에서도 명분을 잃었다. 체육회 노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서한을 보내 그가 여러 비위 혐의에 관련돼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주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림픽 영웅’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이기흥 회장의 행보가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이 사안을 IOC에 전하고자 한다”고 이 회장의 IOC 위원을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개인적 문제와 체육계 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로부터 3선 도전을 승인받은 뒤 다시 회장직에 도전장을 던졌다. 스포츠공정위가 이 회장의 3전 출마를 승인한 것은 위원들 대부분이 이 회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

체육회장은 ‘권력 독점’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체육인들과 한국 체육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게 체육회장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국제 올림픽 운동에 큰 업적을 남긴 고(故) 김운용 회장 1명 이외에 3선 회장이 없었던 체육회장에 연연하는 것은 개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이 회장이 정부와의 정면 대결이라는 난관을 뚫고 3선에 성공한다 해도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체육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추된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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