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청구권, 여전히 유효 판결
일본 제철, 배상 판결에 항소 가능성도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일본 제철(현재의 일본제철)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달아 내려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민사21단독 구자광 판사)은 강제동원 피해자 유모 씨의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제철은 유씨의 유족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26일 판결했다.
유모씨는 1927년생으로, 15세에 일본 야하타 제철소에 강제로 끌려가 3년 넘게 강제노동했다.
법원은 일본 제철의 강제동원 행위가 일본 정부의 불법적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의 일환이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나이, 고통받은 기간, 육체적·정신적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액을 산정했다.
특히 당시 강제노동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고통받았으며 일본 제철이 그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해 위자료를 산정한 것이다.
같은 재판부는 또 다른 피해자 윤모씨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일본 제철이 유족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윤모씨는 1916년생으로 1944년 일본 가마시이 제철소에서 강제 노동을 하던 중 왼손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일본 제철 측이 제기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한 배상책임 소멸 주장에 대한 법원의 반박이다.
일본 제철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이미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으며 지난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기준으로 3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본 제철의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은 일본 제국주의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배상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아니라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시작된다며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제철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재확인한 만큼 향후 후속 판결에 대한 관심도 집중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