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10여년 전 대학로 연극계에서 성인 연극의 관람객 예매율, 관심도, 시장점유율 등이 높아진 때가 있었다.
한때는 성인 연극도 붐을 일으키며 문화예술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기도 했다. 연극 제작자와 연출가도 성인 연극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연출과 캐릭터 발굴로 수익성을 강화했다.
당시 대학로 성인 연극의 돌풍을 일으켰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가자! 장미 여관으로’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 연출가들은 다양한 창조적 성인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의기투합했다. 러시아 출신 라리사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성인 연극 ‘교수와 여제자3’가 ‘먼로의 환생’이라는 제목을 통해 새롭게 공개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성인 연극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성인 연극도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작품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작품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에 대항하는 나, 다른 사람에 대항하는 나, 사회에 대항하는 나, 자연적 힘에 대항하는 나 등 극적 갈등을 투입해 스토리 안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고뇌하는 주인공의 심연을 잘 다뤄야 한다.
성인 연극이다 보니 인간의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사랑 사이에 균형과 방해의 관계를 잘 성립해야 하고,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과 적대자의 갈등과 상호작용을 잘 표현해야 한다.
성인 연극은 성적인 콘텐츠를 내포한다. 관객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코믹, 반전, 예고하지 않은 노출과 파격적인 수위가 뒤따른다. 단순히 야하고 원색적인 플롯만을 들춰내진 않는다. 사람들이 숨기고 쉬쉬했던 성 문제를 과감히 끄집어내 솔직하고 재미있는 시퀀스로 풀어내는 것이 성인 연극이다. 성에 관한 담론을 공론화하며 관객들에게 흥분과 웃음을 선사하는 면이 이러한 연극의 매력이다.
머지않아 부부생활, 성적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까발린 연극 ‘교수와 여제자’ 같은 성인 연극 바람이 대학로에 또다시 불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벗는 연극이 아닌 작품성을 확대하고 섹시함과 코믹함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가 활성화될 수 있다.
정통 성인 연극을 표방하는 ‘19금 연극’이 국내 연극계에 들어섰지만 코로나19, 보수적 여론, 성인 연극 수준에 대한 폄훼로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성인 연극은 일회성 이벤트에 가까웠지만 내년에 오픈하는 작품들은 선정성 문제를 축소하고 2030세대 남성 관객뿐만 아니라 여성 관객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주류 연극계에서는 여전히 성인 연극을 한식구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학로에 성인 연극 홍보 포스터 하나 제대로 붙이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기존 성인 연극은 단조롭고 섹시 코드로 승부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퍼포먼스 위주로 자기파괴와 감각적 인지만을 유지한 채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는 시도도 컸다.
앞으로 개막하는 성인 연극에서는 사회적 상황과 맞물린 리얼리티를 더해 무대는 현실을 날카롭게 보고 가려진 것을 드러내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탐구해야 한다. 사회적 소재를 주제로 탄탄한 스토리텔링, 간간이 보여주는 폭소,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상상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플롯은 성인 연극의 또 다른 재미를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