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면 경마장이 나온다. 통장에서 돈을 빼낸 기훈은 경마에 빠진 도박중독자다. 잠시 운이 좋은 듯했지만, 도박으로 번 돈은 허무하게 전부 연기처럼 사라진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불법 도박사이트의 경우 특별한 제한 없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점차 지능화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은 도박은 탐욕의 아들이고, 부정의 형제이며, 불행의 아버지라고 질타했다.
이미 도박으로 연예계에서 퇴출당하거나 혹은 수년 후 조용히 컴백한 연예인들도 있다. 한순간의 실수로 대중적 이미지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추락하게 된다. 카메라 앞이나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며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한 일상을 보여줬던 개그맨 이진호의 인터넷 도박 이슈가 충격을 주고 있다.
SBS ‘웃찾사’ 출신인 이진호는 힘든 시절을 겪은 타 동료 개그맨들에 비해 공중파를 접수하며 예능에서도 잘나가던 개그맨이다. 지난 2021년 ‘아는 형님’ 막내로 합류해 3년여 활약하면서 최근 대중에게도 어필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불법 도박에 뛰어든 것을 뒤늦게 자백하면서 방송가 퇴출이 가시화됐다.
심지어 동료 연예인들에게 10억원이 넘는 돈을 빌리고 대부업체에서 13억원을 빌려 23억원가량의 빚을 졌다는 보도는 더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현재로선 이진호의 방송가 퇴출은 확실해졌으며 공중파에서 오랜 기간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이미 올해 초부터 연예계에선 이진호가 불법 도박을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동료 연예인뿐 아니라 작가, PD 등 방송 관계자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기 때문이다. 이진호가 불법 도박에 빠진 이유는 지인 회사에 대한 투자 실패가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수익이 줄어들자,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인터넷 불법 도박 관련 신고는 4년 만에 3배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불법 온라인 도박 신고는 총 3만 9082건이다. 2019년(1만 3064건)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다. 연예인은 물론 주부, 직장인, 청소년에게도 온라인 불법 도박이 급격하게 퍼지고 있어 ‘5대 악습’ 중 하나인 도박이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 속성상 일이 많을 때는 수익이 크지만, 쉴 땐 기약 없이 쉬기 때문에 삶의 패턴상 업다운이 심하고 불규칙하다. 일반인들보다 손쉽게 큰돈을 버는 연예인들은 힘이 들 때는 그 ‘돈맛’을 못 잊어 도박에 쉽게 빠져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만들어왔던 이미지며, 그 이미지를 신뢰하고 따랐던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이다. 이진호의 잘못된 선택은 팬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건강한 웃음을 바랐던 팬들은 도박에 빠졌던 실패한 연예인의 그림자를 지우려 한다.
경찰은 사회 속에 숨어 있는 상습·고액 도박 행위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또 도박 프로그램 개발·유지·보수에 가담한 프로그래머, 불법 스포츠도박 중계사이트 운영자 등도 적극적으로 수사해 섬멸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확인되듯이 중요한 것은 연예인의 잘잘못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현실과 방송용 이미지는 확연히 달라 보이는 것을 다시 느끼게 만든다. 연예인이라면, 공인이라면 더욱 책임질 수 있는 자세와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