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지난 25일 배우 김수미가 갑작스럽게 대중 곁을 떠났다.

국민배우 김수미는 20대 후반부터 ‘일용 엄니’로 전 국민에게 사랑받으며 일찌감치 스타가 됐다. 후배들에게 연기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강한 에너지를 선사했던 그는 어두운 면모는 찾아볼 수 없는, 평생 팬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 ‘찐배우’였다.

후배들은 김수미를 롤모델로 삼으며 행복해했고 무엇보다 그의 따뜻했던 생전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만이 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코믹 연기는 물론 호탕한 성격, 솔직한 입담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순간을 선물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한순간도 멈춤을 모르는 폭주기관차처럼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열정은 남달랐고 크고 강인해 보였다.

평상시 주변인들을 잘 챙겼던 김수미는 새벽부터 손수 만든 도시락을 제작진, 기자들에게 선물했고 아낌없이 격려해 주던 어른이었다. 최근 예능 ‘회장님네 사람들’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부어 보이는 얼굴 등 완벽하게 회복하지 않은 건강 상태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수미는 수년 전 한 매체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성공하면 좋겠지만 안 되면 어떠냐. 비참하게만 되지 말자가 내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직이 중요하다. 내 좌우명은 ‘명예는 정직의 왕관’”이라며 가난, 사업 실패 등 고통이 있었지만 열정적으로 일하고 당당한 삶을 추구했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하던 ‘돌직구’ 김수미는 정도 많았다. 손수 만든 음식을 나눠주는 걸 즐겨 했다. 김치 사업을 하던 때 피해 입은 지역의 할머니들이 김치도 없다는 얘길 듣고 팔 김치를 안 팔고 바로 트럭에 싣고 거제도에 내려간 일화도 유명하다.

SNS에서 후배 배우들과 팬들의 추모 글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나 유쾌하고 즐거운 모습 그대로를 자신의 삶 속에 녹였던 그는 ‘당당하고 강한 배우’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각 방송사는 김수미를 추모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생전 그가 출연했던 다양한 작품과 생전 활동 모습을 담아내며 발자취를 돌아볼 예정이다.

김수미의 극 중 캐릭터는 세고 까칠해 보이지만 실제 따뜻하고 정이 많은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극 속에서도 독해 보이지만 열정과 의리를 보여주고, 아주 차갑고 딱딱하기보다 유약하면서도 개구진 악당 같았던 ‘센 엄니’ 캐릭터는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억지로 웃기는 연기가 아닌 찰진 사투리, 극 중 캐릭터 간 외적 갈등, 강한 노년 여성의 모습 등 리얼리티를 내세우며 절묘한 배합을 극대화했다. 오히려 완벽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모습이 관객들의 공감을 정점까지 끌어올리며 강한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그는 영화, 드라마, 예능, 요리 등 다방면으로 모든 것을 잘 소화했던 이 시대의 찐탤런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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