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담보대출 연체율도 15%
PF 자금 구조 개선 필요성 ↑
금융당국, 관리 및 개선 나서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비수도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48조원에 이르고, 연체율은 최고 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보다 침체된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PF 대출 부실 문제가 심화되면서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2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비수도권 PF 대출 잔액은 48조 3천억원으로 전체 PF 대출 잔액 130조 4천억원 중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의 PF 대출 잔액은 82조 1천억원으로, 비수도권과 비교해 대출 잔액의 규모가 더 크지만 연체율은 서울(2.93%)과 경기(2.77%)가 비수도권 평균(3.86%)보다 낮은 수준이다.
비수도권에서 PF 대출 잔액이 가장 큰 지역은 부산(9조 8천억원), 대구(8조 9천억원), 경남(4조 4천억원), 광주(3조 9천억원) 등으로 비수도권 중에서 상대적으로 대도시와 광역시가 높은 대출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연체율 또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종의 PF 대출 연체율이 22.03%로 가장 높고, 제주가 8.92%, 울산이 8.07%, 전남이 7.4%로 높게 집계됐다. 특히 세종의 연체율은 서울의 약 7.5배에 달하는 수치로 나타나 비수도권 지역의 PF 부실 문제가 수도권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은 비수도권의 2금융권에서 취급되는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비수도권 토담대 잔액은 10조 1천억원으로 전체 24조원 중 42%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체율은 15.33%로 집계됐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토지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토담대는 사업성 평가를 엄격하게 하지 않아 PF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의 연체율이 28.06%로 가장 높고, 제주가 27.36%, 경남이 26.38%, 대전이 23.79%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수도권(13.89%)에 비해 1.44%p 높은 수치로, 금융당국은 이러한 ‘숨겨진 부실’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2금융권 토담대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비수도권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지방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내 부동산 PF 부실 문제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시행사의 저자본-고차입 구조가 PF 부실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금융기관이 PF 대출 시 자기자본 비율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대출 금융기관의 위험가중치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시행사가 특정 기준 이하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경우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추진된 300여 개의 PF 사업장의 재무구조 분석 결과, 국내 시행사들은 평균적으로 총사업비의 3%만을 자본으로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대출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33%), 일본(30%), 네덜란드(35%), 호주(40%) 등 주요 선진국들의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이와 같은 구조는 대출 리스크를 높여 연쇄 부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당국은 시행사의 자본 구조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일반적으로 3~4년의 시간이 소요되나, 현재 대부분의 PF 사업 자금은 만기가 짧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조달되고 있다. 이는 만기와 사업 기간의 불일치를 초래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PF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장기 조달 비중을 확대하고 만기와 사업 기간의 불일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부동산 개발사업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반면 자금은 몇 개월 단위로 조달돼 만기 불일치 리스크가 발생하며 이는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