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장관 “북한군 러시아 파병 매우 심각”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영향 미칠 것” 경고
러 “북한군 파병 보도는 허위·과장 정보” 부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출처: 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도 “회원국들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증거를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혀, 북한군의 파병 논란이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이던 오스틴 장관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병력이 러시아에 주둔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목적에 대해 “그들의 구체적인 임무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향후 더 명확하게 규명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지난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약 1만 2000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후, 처음으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하며 서방의 대응을 촉구했지만, 미국은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22일에도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관련 발표에 대해 “미국은 자체적으로 사실 여부를 평가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미국과 나토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인정하게 된 배경이나 증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군의 파병 규모와 추가 병력의 투입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약 25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들은 아직 우크라이나 전선에는 투입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되었다는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보도는 허위이며 과장된 정보”라고 주장했다. 자하로바는 또 한국 국가정보원이 왜 이러한 발표를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은 한국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군의 파병과 관련된 추가 질문에는 “북한군의 위치에 대해서는 평양에 물어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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