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부르며 자신이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6500억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 달러는 한미가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합의한 1조 5192억원의 9배에 가까운 액수다. ‘머니 머신’은 부유한 나라를 의미하기도 하고, 현금인출기(ATM)로도 해석된다. 트럼프의 말은 방위비 대폭 증액을 공약한 셈인 것이다.

트럼프는 시카고에서 블룸버그통신 편집국장과 진행한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는데, 처음에는 한국에 연간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으나 한국이 난색을 보여 일단 20억 달러를 내게 하고 그다음 해에 50억 달러로 만들려 했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자신이 논의한 것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과의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나는 한국에 ‘우리 군인 4만명이 거기 있다. 당신들은 비용을 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주한미군 ‘4만명’은 숫자부터 잘못됐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 2만 8500명 수준이다. 그의 주장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과장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부유하면서도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면 문제다. 트럼프는 분담금 요구 액수를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2배 늘렸다.

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2.5%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주한미군 주둔비용도 한미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에겐 ‘방위비 리스크’만 있는 건 아니다. 경제 분야 역시 심각하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제프리 샷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한국과의 무역적자에 주목할 것”이라며 “자동차·반도체 관련 미국 내 투자, 수출 제한 등을 비롯한 무리한 요구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과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위협처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단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 대선 판세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박빙 대결 구도에서 트럼프의 상승세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진영에 한국의 목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각적으로 더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국익이 미 대선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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