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사기 민원 접수 1397건
‘고수익 보장’ 피해액 수조원
사기·유사수신으로 고소하지만
고의성 등 혐의 입증 난항겪어
가상자산, 금전 인정 여부 모호
“유사수신 관련 법안 개정해야”
관련법안, 입법 과정부터 험난
“논의 늦어지면 범죄 늘어날것”
고액의 투자수익을 노리는 젊은층이나 노후자금이 절박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 피해가 심각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금융 피해자 중 60세 이상이 36.5%를 차지한다. 평생 연금처럼 배당금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고액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뚜렷하지 않은 수익 구조임에도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지역벌 플랫폼장을 세워놓고, 지인을 소개하면 소개비를 준다며 다단계식 불법성 영업도 서슴지 않는다. 천지일보는 심층 취재를 통해 이같은 폰지사기 사금융 수법을 역사를 통해 파헤치고 현 피해자들의 사례를 조명해 투자심리를 들여다보며, 피해를 막을 법안과 대안을 찾아본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최근 가상자산 ‘폰지사기’로 인한 피해사례가 계속 늘면서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피해 민원과 금액은 갈수록 늘고 있으나 사기범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나가면서 이들의 처벌과 피해자 구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에서 2021년부터 2023년 10월까지 접수한 가상자산 관련 민원은 총 1397건이다. 2021년에는 386건, 2022년 478건,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533건으로 민원도 계속해서 증가했는데 접수된 피해의 상당수는 가상자산 관련 ‘고수익 보장 사기’였다. 특히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가 증가하면서 피해 금액도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가 이렇게 계속 가중되는 건 범죄를 저질러도 잡기가 어렵고 잡아도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계 단계부터 철저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시작하기 때문에 사기 피해가 발생한 뒤 범죄를 추적하기도 어렵고 수사에 들어가도 기소까지 이어지는 게 어렵다.
피해자들은 주로 ‘사기’나 ‘유사수신’으로 이들을 고소·고발하게 된다. 그러나 직접 맞부딪힌 현실은 혐의 입증의 난항으로 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
먼저 사기의 경우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부터 난제다. 사기라는 건 투자를 받은 자들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고의적으로 손실을 내려는 행위가 있어야 적용이 된다. 즉 투자자에 대한 ‘기망’ 행위가 있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것인데 가상자산의 경우에는 입증이 매우 어렵다.
개발과 운영 과정이 복잡한데다가 설령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증거 인멸도 정교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변동성이 큰 코인시장에서 연 10%가 넘는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낸다는 게 불가능한 구조”라며 “신규 예치금을 기존 이용자의 이자를 지급하는 데 돌려막는 식으로 밖에 운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금’의 범위, 과연 어디까지?
전문가들은 사기보다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으는 경우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되는 것은 이 법에서 규정하는 ‘자금’의 범위에 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기에 실제로는 법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는 가상자산을 금전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이 범죄의 도구로, 투자자를 유인할 수단으로 계속 이용되는 상황인 만큼 유사수신규제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화폐는 아니지만 경제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다단계 수단이나 사기에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사수신규제법 개정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코인 투자와 다단계 사기 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토조차 쉽지 않은 법률안
국회에서도 이러한 가상자산 코인 사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막기위해 2020년부터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7건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어찌 된 일인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정을 논의하면서도 이 법과 관련해선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중요한 배경 중에 하나는 바로 해당 법안에 대한 상임위의 부정적인 검토보고서였다.
법안 논의 시작에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게 상임위의 검토보고서다. 국회 관계자는 “입법과정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검토보고서 단계”라며 “여기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 의원들이 애초에 논의를 안 하려고 한다, 게다가 가상자산 같은 이슈는 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보고서에는 현실적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수신 행위 등으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일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모순된 논리들이 나오게 되고 결국 법안을 만드는데 있어 결국 입법 과정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는 것으로 결론이 나고 있었다.
검토보고서만으로 법안 논의 자체가 좌지우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같은 새로운 이슈는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들조차 이해도가 높지 않아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결국 관련 법안은 다양한 이유들에 밀려 제대로 국회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리 범위 다양해져야”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이 늘어나는 만큼 금융당국의 관리 범위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인마저도 유형과 기능이 다양해져 하나의 법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상자산 관련 대표적 법안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숙고 끝에 6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말 그대로 1단계 이용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를 완전히 금지하는지 혹은 예치상품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돼 자본시장법에 적용받는지 등 유권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가상자산 관련 입법을 할 때 규제를 해야할 부분은 2가지”라며 “발행과 유통의 규제에 대한 법안의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는 발행에 대한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의 범주를 가지고 단계적으로 입법을 해야하며 이 과정에서도 당장의 피해를 막을 조치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과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핵심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인데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주로 시세조종 등 시장교란 행위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사수신규제 관련 법 개정 내용은 담기지 않아서 여전히 공백 상태다.
결국 금전성 인정 여부를 놓고 여전히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이유로 관련법 논의 자체를 회피한다면 가상자산 범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