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환속제적원 절차 진행
환속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불교·출판계서 제기된 의혹 무게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사생활 의혹에 둘러싸인 도연스님(37)이 소속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에 환속제적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속은 승려가 됐던 사람이 다시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26일 조계종 등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은 최근 도연스님이 제출한 환속제적원을 접수,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속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불교계와 출판계에서 도연스님을 두고 제기된 의혹이 영향을 끼쳤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당 의혹은 명문대 출신으로 방송과 유튜브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30대 승려 A씨가 사실은 ‘두 아이의 아버지’로 그가 조계종으로 입적하기 위해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에게 위장 이혼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앞서 한 제보자가 여러 언론 매체에 메일을 보내면서 알려졌다. 제보자는 명문대 출신의 A스님이 결혼을 허용하는 작은 불교 종파에 들어가 같은 종파의 여성과 결혼해 첫 아이를 낳았고, 조계종으로 옮기면서 위장 이혼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입적 후에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둘째 아이가 태어났지만, 이후 A스님이 결별을 요구해 아이들은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자라는 중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 출판사가 도연스님과 관련한 도서를 절판하고 출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도연스님이 관련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도연스님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도연스님은 논란이 일던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최근 불거진 논란과 의혹에 대해 해명과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고, 원래대로 활동하는 모습에서 불편함을 느낀 분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조계종 종단에 부담을 주고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당분간 자숙하고 수행과 학업에 정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관련 의혹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의 수사기관 역할을 하는 호법부는 도연스님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도연스님은 출가 후 둘째 아이를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도연스님이 조계종에 환속·제적을 신청하면서 호법부 조사와 징계 절차는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이 환속제적을 승인할 경우 도연스님은 일반인 신분으로 생활하거나, 다른 불교 소수종단으로 출가할 수 있다. 그는 조계종 출가 전에 전처와 함께 대한불교법상종 소속 스님이었다.
불교에서는 아내나 자식을 두면서 경우에 따라 육식을 하는 승려를 ‘대처승(帶妻僧)’이라 한다. 한국불교태고종은 대처승을 허용하지만, 한국불교조계종은 대처승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계종은 승려의 성관계를 엄격히 금하고 있으며 성관계가 적발되는 경우 심의를 거쳐 승려를 퇴출시킬 수 있다.
한편 2005년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입학 후 1년 만에 출가한 도연스님은 봉은사에서 명상지도법사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누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 ‘잠시 멈추고 나를 챙겨주세요’, ‘혼자가 되었지만 홀로 설 수 있다면’,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등의 책을 펴냈다. 도연스님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등 다수의 방송 출연과 활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으로 유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