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증오로부터 도망가야”
​​​​​​​페이스북·인스타에 글 게시

조계종 봉은사 명상지도법사 도연스님. (출처:도연스님 인스타그램 캡처)
조계종 봉은사 명상지도법사 도연스님. (출처:도연스님 인스타그램 캡처)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사생활 의혹이 불거진 뒤 소속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에 환속제적원을 한 도연스님(37)이 약 3주 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재개했다.

도연스님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렬하게 타오르는 욕망과 증오로부터 도망가야 한다’는 제목의 58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서 도연스님은 “우리가 보통 누군가를 엄청 미워하거나 엄청 좋아하는데, 둘 다 내게 고통을 준다”며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할까, 내가 좋아하는데 그 사람을 얻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자꾸 만나면 어떡하지, 싫은 데 가다가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이런 마음들이 든다”며 “그런데 이런 마음이 자꾸자꾸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들은 내가 이기기가 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마음은) 되게 강렬하게 타오르는 어떤 불길 같아서 그럴 때는 작전상 후퇴를 해야 한다”며 “어떻게 후퇴하느냐. 호흡으로 돌아온다든지 걷는다든지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것에 관심을 바꿔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인스타그램에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더는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에 이른 것.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우리의 진정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라는 웬델 베리의 글을 인용했다.

또 “내가 숲에서 살기로 작정한 것은 내 의도에 따른 삶을 살면서 삶의 본질적인 측면과 접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또 죽는 날, 삶이 내게 가르쳐 줄 수 있었던 것을 배우지 못했고 그래서 내가 삶이란 것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도 인용했다.

조계종 등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은 최근 도연스님이 제출한 환속제적원을 접수,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속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불교계와 출판계에서 도연스님을 두고 제기된 의혹이 영향을 끼쳤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당 의혹은 명문대 출신으로 방송과 유튜브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30대 승려 A씨가 사실은 ‘두 아이의 아버지’로 그가 조계종으로 입적하기 위해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에게 위장 이혼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논란이 일자 도연스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일을 통해 조계종 종단에 부담을 주고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며 “당분간 자숙하고 수행과 학업에 정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관련 의혹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의 수사기관 역할을 하는 호법부는 도연스님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그는 “결혼 후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그 후 이혼하고 출가했고 출가 후 둘째 아이를 얻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前) 부인이 응하지 않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라는 종단의 요구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에서는 아내나 자식을 두면서 경우에 따라 육식을 하는 승려를 ‘대처승(帶妻僧)’이라 한다. 한국불교태고종은 대처승을 허용하지만, 한국불교조계종은 대처승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계종은 승려의 성관계를 엄격히 금하고 있으며 성관계가 적발되는 경우 심의를 거쳐 승려를 퇴출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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