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 미얀마인 인터뷰
미얀마 기독교 박해 14위
“반기독교 정서로 고통 심화”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저희가 다시 내전 지역에 돌아온 이상 폭격에서 살아남을 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요. 하지만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계속 구할 거예요.”

미얀마 내전 지역에서 남편, 5세 아들과 살고 있는 에스더가 이같이 말했다. 세계 기독교 박해 상황을 감시하는 오픈도어선교회(오픈도어)는 월간소식지 3월호에 미얀마인 에스더의 사연을 소개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지 2년이 흘렀다. 미얀마에 폭력과 탄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최근 중부 마을 2곳을 습격해 주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반군부 세력은 미얀마군이 민간인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을 살해하며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은 이러한 아비규환 속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미얀마 내전 지역에 사는 에스더 가족 (출처: 오픈도어선교회 월간소식지 3월호)
미얀마 내전 지역에 사는 에스더 가족 (출처: 오픈도어선교회 월간소식지 3월호)

에스더는 오픈도어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폭탄이 날아드는 내전 한복판에서 의지할 수 있는 건 ‘신의 도우심’뿐이라고 고백했다.

에스더의 가족은 폭격을 피해 좀 더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옮겨간 지역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았다. 내전으로 인해 물가가 치솟은 까닭이다. 에스더의 남편은 매일 일용직을 구하러 다녔지만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남편이 그나마 가장 많이 벌어온 날은 1달러가 조금 넘는 정도였다. 이는 세 식구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에스더 가족은 결국 폭격의 위험에 시달리던 옛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에스더는 “오늘도 폭격의 위협은 항상 닥쳐올 것 같지만 최소한 아이와 저희 부부가 먹을 수 있는 만큼은 벌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에스더는 폭격대피소를 만들고 가능한 집 밖을 나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어린 아들이 폭격의 공포에 떨지 않게 해줄 방법은 없었다. 에스더의 아들은 총격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에스더에게로 곧장 달려와 지켜달라고 말한다고 했다. 에스더는 눈물을 참으며 “가끔은 이런 상황을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에는 집 근처에 큰 폭발이 발생했다. 에스더는 “‘폭탄이 우리 집에 떨어졌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조용히 울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에스더는 “시민 방위군이 정부 군대를 공격하면 군대는 또다시 복수에 나선다”고 말했다. 에스더는 “최근엔 이웃 남자가 폭격에 한쪽 팔을 잃었다”고 말했다.

2021년 3월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반군부 시위대가 최루탄을 던지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출처: AP=연합뉴스)
2021년 3월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반군부 시위대가 최루탄을 던지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출처: AP=연합뉴스)

오픈도어는 “정부 군대와 시민 방위군 사이의 내전은 미얀마 국민의 삶을 극도로 힘들게 만들었다”며 “그중 기독교인들은 이미 존재하는 차별과 지배적인 반기독교 정서로 인해 더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도어가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기독교 박해지수(WWL)에서 미얀마는 상위 50개국 중 14위에 올랐다.

인구 88%가 불교 신자인 미얀마에서 기독교인은 6%에 불과하다. 기독교인 대다수는 각각 인도, 중국, 태국과 국경을 접한 친주, 카친주, 카야주에 살고 있다.

미얀마의 기독교인은 이전에도 박해를 받았지만 군부 쿠데타 이후 더 극심한 박해를 받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최근 친주에 ‘예배나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전에 신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친주에 사는 기독교인은 예배에 참석하려면 일주일 전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친인권조직(CHRO)은 이를 두고 “기본적 인권인 종교의 자유와 예배를 위한 집회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친국민전선군(CNFA)도 성명을 통해 “90% 이상이 기독교인인 친족에 대한 종교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쿠데타 이후 지난 2년간 친주의 종교시설 70여개가 공습과 방화공격으로 파괴됐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북동부 샨주의 쿳카이 지역에 있는 카친침례신학교 기숙사를 포격했다. 포격으로 건물 외벽이 파괴되고, 신학생 4명이 부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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