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본주의·탐욕 비판 담은 책 발간
필리핀 이슬람 반군, 교황 방문 환영… IS, 테러 위협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자본주의의 문제와 현대 사회의 탐욕에 대해 자주 비판하곤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회 정의와 가난한 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공산주의가 탄생하기 전부터 항상 가톨릭교회의 의무였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교회’를 천명해 왔고, 이에 미국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교황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의 바티칸 전문 기자 2명은 교황의 경제·사회적 가르침을 연구한 새 책 ‘이런 경제가 사람을 죽인다(This Economy Kills)’를 이번 주 발간할 예정이다. 이 책에 담긴 인터뷰에서 교황은 자신의 메시지가 복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고 AP와 dpa 통신이 11일(현지시각)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만약 2∼3세기 성직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한 설교 구절들을 내가 반복한다면 누군가는 내가 마르크스의 설교를 전달한다고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것은 복음 안에 있고 교회 전통 안에 있다”며 “그것은 공산주의의 발명품이 아니며 어떤 이데올로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현재의 세계경제 시스템이 사람 앞에 돈을 놓는 ‘낭비의 문화’에 기초하고 있다며 어린이, 노인, 실업자, 유산된 태아는 그런 문화의 희생자라고 다시 한번 비판했다. 또 “복음은 부 자체가 아니라 부에 대한 숭배를 비난하는 것”이라며 “부에 대한 숭배는 사람들이 가난한 자들의 외침에 무관심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방문에 대해 필리핀 최대 이슬람 반군 단체도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나섰다고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알 하드 무라드 에브라힘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의장은 기자들에게 교황 방문의 중요성과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교황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무라드 의장은 민다나오 지역의 최고 이슬람 지도자를 반군 대표로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을 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라드 의장은 MILF와 남부 방사모르 지역의 이슬람 주민들은 교황의 이번 방문이 필리핀의 평화정착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 방문기간에 이슬람 자치지역 신설작업에 대해 언급, 현재 진행 중인 평화정착 과정에 한층 힘을 실어주기를 희망했다. 필리핀 정부와 MILF는 지난해 3월 40년 내전을 그치고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 민다나오 일대에 이슬람 자치지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무라드는 바티칸 측에 서한을 보내 교황이 필리핀 방문기간에 남부 이슬람 도시 코타바토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 방문과 관련해 필리핀 자원 봉사자 1만 6000여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 미사 주변에 ‘인간띠’를 형성, 주변 질서를 유지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필리핀 당국도 교황 방문기간에 약 4만 명의 경찰과 군 병력을 동원, 대대적인 경호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다음 목표가 교황청이 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보기관은 바티칸에 IS가 프랑스 파리에 이어 교황청을 상대로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이스라엘 국영방송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파리 테러와 관련해 “왜곡된 종교의 노예들이 신을 대학살의 이념적 핑곗거리로만 이용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교황은 또 “국제사회는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활동을 막기 위해 합심해야 한다”며 “무슬림 지도자들은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극단주의자들과 그들의 종교적 해석을 비판해 달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