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방식·조정위 운영규칙 등 교섭틀 마련할 듯
가대위-삼성, 반올림 참여소식 ‘기대보단 우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그간 막혀있던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보상 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 2일 조정위원 선임 한 달여 만에 삼성전자가 합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15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까지 조정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을 위한 진용이 다시 갖춰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직업병 조정위원회(조정위)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회의실에서 상견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반올림, 입장 선회 “조정 참여”
조정위 설치는 절대 안 된다며 각을 세우던 반올림이 입장을 선회, “조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 측과 교섭이 중단된 지 70여일 만이다. 반올림은 “지난 9일 조정위원회로부터 ‘조정위원회 운영방향에 대한 조정위원회의 입장’이라는 공문을 통해 반올림이 독자적인 주체가 되어 조정에 참가할 것을 권유받았다”며 “반올림은 황상기, 김시녀 님을 비롯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가족들의 뜻을 모아 이를 수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조정위 설치를 반대하는 반올림의 입장은 확고했다. 지금까지 삼성과의 교섭에서 이뤄진 합의 성과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성이 크고, 삼성이 조정위원회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조정위가 조정 절차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보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교섭 중단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 없었다”며 참여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반갑지만은 않은 삼성·가대위
반올림도 참여하고 상견례 일정도 확정되면서 상황은 진전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는 반올림의 참여 소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종전 교섭을 교착상태에 빠뜨리고 가대위와의 분열까지 일으키게 했던 ‘(피해보상)교섭 주체’에 대해서 반올림이 여전히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밝혔기 때문이다.
반올림은 자료를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 조정 절차에 참여해 내용 있는 사과와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 배제 없는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배제 없는 보상’이라는 게 표현만 바뀌었을 뿐 ‘피해보상 교섭 주체는 모든 피해자’로 해야 한다는 말과 결국 동일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가대위 관계자는 “정말 어렵게 다시 마련된 자린데 교섭 주체 때문에 혹시나 다시 협상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까 걱정된다”며 “진정 피해자와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반올림도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조정위 설립 때부터 반올림도 함께하길 촉구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의견을 달리하는 교섭 주체 문제에 대해선 “서로가 잘 노력해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향후 분위기 상견례서 가늠
이에 따라 18일 상견례장이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는 이날 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과 공식 상견례를 진행하면서 실무방식이나 조정위 운영 방식 등에 대한 각 주체의 입장을 청취한다. 아울러 그간 이견을 보였던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는 등 전반적인 교섭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조정위 관계자는 “실무 협의방법 등 앞으로 조정을 어떻게 하게 될지 얘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며 “조정이 성공적인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큰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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