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조정위 구성 완료됐지만 출범지연
친반올림 인사 섭외로 삼성 ‘진퇴양난’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과의 피해보상 논의에 속도를 내려 받아들였던 ‘조정위원회 구성’이 삼성전자에 올무가 되어 돌아왔다. 한 달여 만에 조정위원들 구성이 완료됐지만 모두 진보성향이 강한 인사들이라 삼성전자가 선뜻 ‘동의’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기울어진 조정위 구성에 ‘주춤’

조정위는 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에서 제안하고 삼성전자가 이를 수용하면서 마련된 협의체다. 5월부터 시작된 직업병 피해보상 교섭이 4개월 넘게 교착상태에 빠지자 돌파구를 고심하던 가족위가 조정위 출범을 제안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강력한 반발에도 지난달 8일 가족위와 삼성전자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위촉하기로 합의하고 2주 내로 위원 구성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반올림을 비롯한 각계각층이 조정위 구성에 반발했고, 당시까지도 삼성은 공식 블로그에 글을 게재하며 속히 조정위가 출범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렇게 한 달여 만인 지난 14일 김 위원장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와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를 위원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가족위와 삼성이 그토록 원하던 조정위원 선임이 완료된 것. 가족은 즉시 찬성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삼성은 명단이 공개된 지 일주일이 넘은 현재까지도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백도명 교수는 특히 친(親)삼성보다는 친반올림에 가까운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삼성전자·하이닉스·엠코코리아 반도체 3사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반도체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의뢰했을 당시 협력단장을 맡았고, 조사결과 발암 물질인 벤젠이 검출되자 삼성의 반대에도 불구 역학조사 보고서 전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산업재해라는 판결을 받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삼성 입장에선 김 위원장에 이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성인 셈이다. 찬성할 경우 백 교수를 통한 반올림의 요구사항 수용이라는 우려를 안아야 하고, 반대할 경우에는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이겨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 관계자는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을 전했다.

◆반올림, 조정위 수용할지도 관심

친반올림 인사로 알려진 백도명 교수가 조정위원으로 선정되면서 향후 반올림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올림 관계자는 “아직 삼성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조정위를 통한 교섭 동참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반올림이 백 교수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들을 적극 개진하면서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백 교수가 그간 반올림을 대변하는 많은 활동을 해온 터라 반올림의 간접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정위 구성원들 모두 약자에 치우쳐 있어 기울어진 협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삼성전자 직업병 조정위원회 구성.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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