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병세 회복 더뎌… 복귀해도 경영 어려울 듯
삼성전자 실적 부진도 한몫… 삼성 측 “바람직하지 않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잇단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연말 ‘회장 승진설’이 재계에 돌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 측이 이 회장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건강을 회복하더라도 경영복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이 회장이 올 연말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4조 6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효자 노릇을 하던 IM(IT모바일)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조 7500억 원으로 최근 3년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들어 ▲1분기 6조 4300억 원 ▲2분기 4조 4200억 원 등 매 분기 2조 원 이상씩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경영 악화가 이 부회장의 ‘승진설’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27일 이 부회장이 서울 이태원동의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일본과 중국 등 주요 손해보험회사 사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주재한 것이 ‘회장 승진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승지원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생전에 살던 한옥을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선대 회장의 유지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승지원으로 불린다. 이 회장은 집무실 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의 해외 귀빈을 만날 때 승지원을 이용했다.

이 회장과는 달리 이 부회장은 그동안 귀빈들을 만날 때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승지원 만찬을 직접 주재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최근 정·재계 글로벌 리더들과의 꾸준한 만남을 통해 삼성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9월 방한한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와 특허 분쟁 등을 협의했고, 지난 10월에는 삼성전자를 방문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 모바일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9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한 보아오포럼 이사진과 함께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이 부회장과 시 주석의 만남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외적인 반응과는 달리 특별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 부회장이 많은 대외 업무를 소화하다 보니 관심도가 높아졌을 뿐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회장이 병석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문제를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하던 역할을 맡아 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굳이 ‘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이미 명실공히 ‘삼성 얼굴’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 승계가 사실상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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