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화학 뺀 호텔·상사… 승계 구도 명확

건설·중공업 부문 변수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할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SDS 상장에 이어 다음 달에 있을 제일모직 상장이 마무리 되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과 지배구조 개편이 사실상 종료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의 초대형 빅딜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금융과 건설업 등은 장남인 이 부회장이 맡고, 서비스업과 중화학·상사 분야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패션과 광고업 등은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담당 사장이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26일 화학, 방산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면서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 지배체제가 더욱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화학 부분의 경우 이부진 사장이 핵심인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를 보유해 화학 부문 승계가 점쳐졌었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의 화학 부문 승계 가능성은 한화와의 빅딜로 사라졌다. 이로 인해 이들 삼남매의 역할 분담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이다.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승계구도가 더욱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이서현 사장의 몫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던 제일기획의 주식을 삼성전자가 대거 매입하도록 해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로써 그룹의 핵심인 전자와 금융은 이재용 부회장이, 호텔과 상사 부분은 이부진 사장이, 패션 등은 이서현 사장이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건설과 중공업 부문의 승계가 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지난 19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자 결국 합병이 무산됐다.

‘이재용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건설 부문까지 맡아 전자·금융과 함께 그룹의 주력사업을 이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의 ‘이재용식 사업재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도를 내왔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을 인수했고, 삼성에스원은 건물관리사업을 인수했다. 급식사업은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삼성SNS는 삼성SDS와 합병했고,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사에 팔았다. 올해 들어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도 잇따라 합병을 진행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꿨고,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상장을 결정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합병을 단행했으나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 결정이 무산됐다.

삼성의 이 같은 빠른 변화가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하나의 큰 목표 아래 진행돼왔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향후 이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더욱 단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이 부회장이 선택한 사업인 전자와 금융, 건설 중심으로 사업부문이 재편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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