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명량’ 포스터.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빅스톤 픽처스)

한국영화 최초로 성웅 이순신 소재, 해상전투 그려
정통 사극에서 보여주는 인간 이순신의 고뇌
김한민 감독의 뚝심 있는 민족혼 엿봐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128분의 대서사는 끝나도 끝나지 않았다. 긴 여운은 콧등을 찡하게 했다. 역사가 이미 스포일러이지만 그래도 성웅 이순신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영화 ‘명량’에서 말이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조선의 활을 소재로 한 영화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성웅 이순신의 이야기를 담은 신작 ‘명량’으로 돌아왔다.

제작 단계부터 입소문을 탔던 ‘명량’은 한국 영화 최초로 이순신 소재로 한 해상전투신을 카메라에 담았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오랜 전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은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다.

당시 누명을 쓰고 파면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12척의 배뿐이다.

마지막 희망이던 거북선마저 불타고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일본의 용병 구루지마(류승룡 분)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이기 시작한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서는데.

마치 정말 영화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건 우리 역사가 말하고 있는 팩트 그대로다. 12척으로 왜군 330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은 세계 해전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투다.

듣기만 해도 기적과도 같은 명량해전을 영화로 옮기는 일 또한 하나의 전쟁과도 같았을 것.

김 감독은 애초에 역사 3부작을 마음에 두고 ‘최종병기 활’에 이어 ‘명량’을 연출했다. 그의 역사관과 민족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은 영화 곳곳에서 나오는 명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12척의 배와 전쟁에 질려 사기가 꺾인 병사들을 데리고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의 리더십은 그의 말에서부터 나왔다.

‘여러 장수를 불러 모아 약속하되,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하였고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했는데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모토와도 같은 명대사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는 우리가 익히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었으나 영화에서는 그 감동이 배가 돼 돌아온다.

기적과도 같은 승전보에서 이순신의 말, 즉 정신교육만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는 없었다.

바로 이순신의 살신성인 전략이 명량 앞바다에서 통했기 때문에 승리의 깃발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순신은 일자 형태로 12척의 배를 배치해 바다의 좁은 길목을 막아 왜군의 공격에 맞서는 ‘일자진’ 전술을 펼쳤다.

또 당시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성곽처럼 높이를 높여 방어력이 뛰어나고 회전력이 빨라 전투에 용이한 판옥선을 십분 활용한 이순신의 전략도 큰 성과를 거뒀다.

영화는 스펙타클한 해상전투신을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존의 짐벌(Gimbal)과 다른 360도로 회전이 가능한 짐벌을 제작했다.

제작진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특수효과팀을 찾아 기존 짐벌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연구했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설계와 기술을 통해 30m 길이의 배를 들어 올리고 150명이 승선 가능한 짐벌을 완성해 영화의 사실감을 높였다.

오로지 ‘팩트’가 전하는 감동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성웅 이순신의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희망과 용기. 역사가 스포일러지만 선 굵고 진한 정통사극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오는 7월 30일 극장으로 가자. 러닝타임 1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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