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토론회 거부… “종단 공격, 해체음모 드러낸 것”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법인관리법을 둘러싸고 조계종과 심하게 갈등하고 있는 (재)선학원 이사회가 “더이상 (선학원 일에) 간여하지 말라”고 결의했다.

선학원은 최근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밝히면서 “선학원에 대한 종단의 공격은 선학원 해체음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시이사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사회는 조계종 법인관리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선학원을 조계종의 모태와 정화의 산실로 인정하는 집행부와 대화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현 집행부와의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학원은 ‘선학원 해체음모를 경계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선학원 임원들은 조계종의 승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100년 역사의 재단법인 선학원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부득이하게 모든 임원이 제적원(조계종 승적 포기)을 제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징계와 대화제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총무원 측의 압박에 대해 “선학원 임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거론하며 공포감을 조성하는가 하면 종회와 총무원 등이 경쟁적으로 나서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했다. 또 사안의 진실을 호도하는 데 급급하다”며 “해체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듯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학원은 “총무부장 정만스님은 선학원 사찰에 대해 ‘이중등록’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선학원을 탈퇴하려는 분원들에 대해서는 소송지원까지 하겠다고 공표했다”며 “이는 선학원 해체 음모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사장 법진스님은 “이중등록을 받아서 무슨 실효성이 있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분쟁만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 총무원이 제안한 공개토론회에 대해선 자승스님이 참석할 것을 주장하며 사실상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법진스님은 “토론회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승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다면, 또한 (토론회 전체 내용을) 편집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 나갈 수 있다”고 말해 거부의사를 시사했다.

선학원은 기득권 유지와 사유화라는 주장에 대해 “선학원은 지금까지 분원장회의 등을 통해 500여 분원의 뜻을 충분히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며 “소수가 독단적으로 법인을 이끈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선학원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더는 종단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조계종과의 결별을 간접적으로 선언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대해 총무원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