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허구? 논란 가열

도둑이 제 발 저리나… ‘명예훼손’ 주장, 법적소송 검토 중
저자 “‘서초교회’ 부유함 상징… 특정 교회 지칭한 것 아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나는 금기를 혐오하고 성역을 경멸한다. 무엇보다 금기와 성역은 필연적으로 위선과 거짓을 양산한다. 더욱이 그 금기와 성역이 신의 이름으로 포장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선과 거짓이 난무한다.’ - ‘서초교회 잔혹사’ 저자 옥성호 씨의 ‘작가의 말’ 중 -
사랑의교회의 부조리를 연상케 하는 ‘서초교회 잔혹사(저자 옥성호, 박하 펴냄)’가 개신교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100% 허구인 ‘소설’로 분류되지만 일부 기독교인들은 치부를 드러내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여기고 있다.
‘서초교회 잔혹사’는 세속화돼버린 대형교회들을 향한 돌직구다. 비리로 얼룩진 교회 치부를 관찰하고 있는 소설 내용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교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 옥성호 씨가 사랑의교회 설립자인 고(故)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라는 점은 소설의 배경이 최근 수년 동안 사회법 소송전에 휘말리고, 비리 의혹으로 여론에 오르내린 ‘사랑의교회’와 ‘오정현 목사’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아울러 부정‧부패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한국교회 대형교회들과 오버랩되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SNS, 블로그,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한국교회의 자화상에 대한 성찰과 일침을 내놓기 시작했고, 오피니언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개신교 언론은 물론 일반 언론들도 앞다퉈 관련 내용을 핫이슈로 다뤘다.
◆어떤 내용이길래…
소설은 교회 안에서 벌어졌다고 보기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김건축’ 목사는 아프리카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하다가 ‘서초교회’ 담임으로 발탁돼 부임했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 내 속임‧협박‧거짓이 난무하는 정치를 시작했다. 교역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살생부’를 퍼트리고, 소위 ‘입맛’에 맞는 교역자를 등용하는 등 교묘한 수법으로 교회를 장악했다.
그는 글로벌 교회를 표어로 내걸고 뜻도 모르는 아프리카 요루바족의 언어로 찬양을 지어 전 교인에게 부르게 했다. 심지어 언론에 교회취재를 요청하고, 남의 목소리로 녹음된 파일을 틀어 ‘립싱크’ 영어기도를 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교회 내에는 언론홍보팀이 신설됐다. 교역자들은 일반 회사처럼 전무-부장-과장목사 등으로 서열이 나뉘었고, 토익시험을 치러야 했다.
김 목사는 지식경제부 주관 선지식인에 선정, 영어 관련 책 출판, 화려한 글로벌 영어타운 건축 등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 한 언론에 김 목사의 만행들이 제보돼 알려졌다. 김 목사는 회개는커녕 오히려 전면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다.
◆사랑의교회 “명예훼손… 소송 검토 중”
사랑의교회 측은 옥 씨의 소설이 매우 불편하다. 사랑의교회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소설 속 김건축 목사의 목회 배경은 마치 아프리카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미국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했던 오정현 목사와 상황이 비슷하고, 김 목사의 이름은 사랑의교회가 새예배당 건축으로 사회법 소송에 휘말린 것을 풍자하는 것 같다.
교회 측은 저자가 그동안 사랑의교회에 대해 비판을 해왔고, 전임 목회자의 아들이라는 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랑의교회 주연종 목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명백한 명예훼손이다”며 “전임 목사님의 아들이 교회를 어렵게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즉 아버지로부터 교회를 물려받지 못한 옥성호 씨가 교회 운영에 개입하려고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교회 측은 옥 씨를 상대로 법적인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옥성호 씨는 사랑의교회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이미 단서를 내걸은 바 있다. 옥 씨는 “굳이 소설 속의 교회 이름을 ‘서초교회’로 정한 이유는 서울 강남의 ‘서초동’이 지닌 부유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라며 “특정 교회를 지칭한 것이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소설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사실들에 대한 풍자이며, 이는 단지 조소가 아닌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라고 답했다.
◆네티즌 “韓교회 단면 보여준 문제작”
옥 씨의 ‘문학적 장치’는 제대로 작동했다. 이 책의 독자들은 한국교회를 향한 쓴 소리와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네티즌 ‘myu*****’는 “평신도가 절규하고 있음에 한국교회는 주목해야 한다”며 “서초교회로 대변되는 한국교회는 국내든 국외든 변형된 기독교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네티즌 ‘jon******’도 “이 책이 특정교회를 겨냥했든 아니든 간에 현재 한국교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문제작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사랑의교회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지적도 나왔다. 네티즌 ‘jiy*********’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탄탄한 지식, 신심으로 무장한 그의 돌직구는 사랑의교회 관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논문표절, 재정 불투명 운용 의혹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어람 양희송 대표는 최근 한 강좌에서 “서초교회 잔혹사는 교회의 기업화란 현상에 대한 풍자”라며 “책에 등장하는 서초교회의 행태가 현재 한국교회 중대형교회들이 취하고 있는 세상적 모습들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설에서 작가가 과거의 인물들을 퇴출시키고 한직에 있는 이를 하루 아침에 등용하는 등 조직체계를 뒤흔들어 새로운 위계서열을 만들고 조직 내부에서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기업적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