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사장 영담스님 10억여 원 환수 조치키로… 정관개정안 부결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방송(BBS)이사회가 대구불교방송 사옥부지 매입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을 두고 법조스님과 장적스님을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 또 공금 횡령의혹으로 불거졌던 뮤지컬 ‘원효’ 제작사업 관련 외부협찬금 중 부당하게 지급된 것으로 파악된 10억여 원을 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이사장 영담 스님)로부터 환수할 것을 결의했다.

불교방송이사회(이사장 종하스님)는 최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 첼시룸에서 열린 제86차 회의에서 이같이 결의했다. 회의는 22명의 이사 가운데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현재 민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대구불교방송 서봉사 극락암 매입은 2006년 12월 당시 사장 법조스님이 창건주 박모 씨와 주지 A스님 간 10억 3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해 이뤄졌다. 총괄국장이었던 장적스님은 본사 이사회와 대구불교방송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실질적인 업무를 진행했다. 매매대금이 전액 지급된 후 극락암 창건주가 대구불교방송으로 변경됐으나, 토지와 건물에 대한 등기이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수차례 감사에서 지적됐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도 이 사건과 관련해 극락암에 대해 종단미승인 토지매매 관련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사회는 형사고발에 앞서 법조스님과 장적스님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청취키로 했다. 이에 대해 장적스님은 “토지매입이 운영위원회의 결의에 의해서 이뤄졌고 등기절차도 운영위원회 결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운영위원회가 결의를 하지 않아 등기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 당시 사장과 총괄국장의 책임이라 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스님은 “지금이라도 운영위원회가 결의만 한다면 등기절차는 당연히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 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구불교방송 운영위원회가 그걸 원치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적스님은 “이채원 사장은 사장으로 취임한지 3년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지방사 사장과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를 만들지 않을 정도로 지방사와 단절하고 있다”며 “지역의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이채원 사장을 비롯한 본사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 더 근원적인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장적스님은 극락암 등기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와 현 불교방송 구조 및 운영상의 문제, 이채원 사장의 독단적인 경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별도로 열겠다고 밝혔다.

◆끝나지 않은 뮤지컬 ‘원효’ 공금 횡령의혹

이사회는 공금 횡령의혹으로 불거졌던 뮤지컬 ‘원효’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 이사장 영담스님이 있는 한중불교문호교류협회를 대상으로 10억 1700만 원 환수를 결의해 논란이 예상된다.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한 윤제철 감사는 “영담스님은 계약상 법인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한중불교협회에 위임하기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법인이 수입한 협찬금을 한중불교협회에 지급했다”며 “이면계약은 이사회의 승인 없이 체결됐고 민법상 자기계약이므로 무효에 해당해 지급액 10억 1700만 원을 환수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불교방송 노조는 지난해 영담스님을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자 고검에 항고한 상태다.

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재단사무국은 전 이사장 영담스님과 관련해 용도가 분명하지 않은 지출을 수차례 반복했다. 윤제철 감사는 “불교방송 판판뉴스 발간을 자문했다고 하나 실제 수행업무가 불분명하다”며 “급여가 잡비로 처리된 것도 의도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영담스님은 이사회 결의를 받아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님은 10억여 원 환수 조치에 대해 “나에게 회수한다는 것은 내가 횡령이나 배임을 했다는 것인데, 검찰이 수사할 결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엉터리 내용을 감사하고 의결한 감사 등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제철 감사는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제한된 인력과 한정된 범위에서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윤 감사는 “이번 감사는 감사인력의 제한으로 내부통제제도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지 못했다”며 “경험에 의한 판단만으로 감사 방법과 범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본 감사인이 실시한 감사가 감사의견 표명을 위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보고해, 이사회 결의에 대한 지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의지 담긴 정관개정안 부결

법규개정 및 제도개선 소위원회(위원장 구상진)가 제출한 정관개정안이 부결됐다. 이사회는 정관 개정안을 토론한 끝에 무기명 비밀투표로 찬성 7표 반대 9표로 부결시켰다. 쟁점 안건 중에 하나인 ‘임원 인사를 무기명비밀투표로 하자’는 개정안도 조계종 스님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재단사무국 관계자는 “이사장은 이미 조계종 승려로 한다고 정관이 규정하고 있다. 조계종에서 합의한 이사장을 이사회에서 무기명비밀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일부에서 조계종이 합의한 이사장을 부결할 수 있다는 데 우려했다”고 말했다.

소위원회 위원장인 구상진 이사는 정관개정안이 부결되자 “소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 상정한 정관개정안을 부결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임의사를 밝히고 퇴장하기도 했다. 법규개정 및 제도 개선 소위원회는 이날로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됐다.

한편 불교방송 이사회는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원행스님을 새 이사로 선출했으며, 임기만료를 앞둔 손준석 이사의 연임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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