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이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최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SK는 불안에 휩싸였다. 서울 종로구 SK 본사 건물. (사진출처: 연합뉴스 DB)

최재원 부회장도 모든 등기이사직 사임
대규모 투자‧M&A‧신성장동력 발굴 ‘올 스톱’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고심 끝에 최태원 SK 회장이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역시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최 회장 형제의 ‘완전한 공백’은 확실시됐지만 공백을 메울 뾰족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면서 SK는 불안에 휩싸였다.

◆“도의적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4일 재계의 이목이 최 회장 형제의 등기이사직 유지 여부에 쏠려있는 가운데 오후 2시경 SK가 최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소식을 전해왔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내 계열사에서 맡고 있던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해 이를 각사의 이사회에 전달했다”며 “최 회장이 회사의 발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도의적인 측면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의 안정과 성장이 최우선이란 최 회장의 뜻이 전적으로 반영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올해 임기가 끝나는 SK(주)와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해 2016년과 2015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SK C&C와 SK하이닉스의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게 된다.

최 회장의 빈자리는 사외이사와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최 회장이 사퇴한 대부분 계열사 등기이사직에 후임 사내이사를 선임하지 않겠다”며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형태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논의해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결정은 그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산하 위원회와 각사의 CEO가 함께 뛰어줄 것을 강조해온 최 회장의 당부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과 함께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SK E&S와 SK네트웍스 이사직을 모두 사임키로 했다.

◆“당연한 결정… 범죄 반복 막아야”

최 회장의 이번 결정에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당연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당연한 결정이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큰 결심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최 회장 스스로도 어느 정도 책임을 수긍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퇴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며 “SK그룹은 총수 일가의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서 즉각 시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SK 최태원 회장(왼쪽)이 지난 2013년 1월 31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과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지난 2013년 9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출처: 연합뉴스)
◆최태원 없는 SK “두렵다”

최 회장의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지면서 SK는 불안에 휩싸였다. 가석방되지 않는 이상 최 회장은 2017년 1월, 최 부회장은 2016년 9월 형량을 마칠 때까지 공백이 유지된다.

최 회장이 ‘이사직을 사임하더라도 회사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백의종군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을 전해오긴 했지만 임직원들은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6명의 위원장을 중심으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겠지만 완전한 대체는 어렵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며 “특히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은 최 회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이라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가 그간 진행하던 코웨이, STX팬오션, STX에너지, ADT캡스,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호주) 등의 인수는 모두 중단됐다.

그룹 관계자 역시 “계열사별 CEO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운영을 위한 투자는 이뤄지겠지만 그 외의 부분들에서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SK 전 구성원이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