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남재준 국정원장이 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음원 파일은 USB 형식으로 보관돼 있으며 여야가 적법 절차에 따라 요청할 경우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했다. 일단 국정원에 음원파일이 있다는 것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음원 파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정원은 여야 합의가 있을 경우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새누리당은 필요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음원 파일 또한 대통령기록물이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 없이 공개할 수 없으며 더욱이 음원파일 공개는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NLL 논란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는 음원 파일, 어떻게 할 것인가. 끝장을 봐야 한다

회의록 음원 파일을 공개할 것인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먼저 짚어볼 것이 있다. 왜 공개해야 하는가이다. 만약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초본 복구본’의 내용이 거기서 새롭게 발견된 ‘봉하 완성본’이나 ‘국정원 보관분’과 같은 내용이라면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내용인데 굳이 남북정상회담의 생생한 육성을 공개해서 더 큰 갈등과 반목, 진영 간 대결을 촉발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며 외교적으로도 국익 훼손은 물론 국가의 품격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회의록 공개로 인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국민적 갈등과 소모적 정쟁을 양산하고 있는가. 음원 파일 공개의 후폭풍은 회의록 공개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따라서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음원 파일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모종의 실마리를 검찰이 제공하고 말았다.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초본 복구본’과 ‘봉하 완성본’ 사이에는 ‘의미있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의미있는 차이, 그 차이가 무엇인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사소한 차이라는 주장과 반대로 아주 결정적인 내용을 삭제 또는 조작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그렇다면 음원 파일을 확인해 보자”는 말이 나온 것이다. 어정쩡한 말 한 마디로 검찰이 정치권을 쥐락펴락 하는 모양새, 이것이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이다.

음원 파일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봉하 복구본’을 공개해서 그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검찰이 말한 ‘의미있는 차이’ 그 한마디로 정치권이 음원 파일을 공개하자고 덤벼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봉하 복구본’을 확인했더니 별다른 내용이 없다면 음원 파일 공개를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내용이 발견됐고, 이것을 삭제한 것이라면 음원 파일을 공개해서 그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음원 파일은 두고두고 정쟁의 불씨로 남을 수밖에 없다.

‘봉하 복구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그 내용을 검찰과 일부 여권 인사들만 공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봉하 복구본’의 내용을 손에 쥐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터트릴 수 있는 무기로 삼을지도 모른다. ‘봉하 복구본’에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있다면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심지어 “음원 파일에는 더 충격적인 내용이 있다”식의 미확인 발언도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혹시 다음 총선이나 대선 때 이런 무기가 폭발한다면 선거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은 가정이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저급한 정치수준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참에 끝장을 보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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