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어느 정당도 이석기 의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는 정치적으로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여론도 돌아선 지 오래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미래는 거의 종언을 고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남은 유일한 반전의 기회는 법정에서 다퉈야 할 ‘법리 전쟁’이다. 국정원이 대대적으로 공세를 취한 내란음모죄가 맞는지, 아니면 국정원이 ‘내란음모’로 엮어서 정치공작을 한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RO? 실체가 무엇인가

현역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엄중하고 향후 미칠 정치적, 사회적 파장이 간단치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석기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당당하게 받겠다고 했음에도 국정원은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강제 구인까지 했다. 그 현장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잡히면서 사건은 극대화된 느낌이다. 한마디로 아수라장 같은 모습이다. 이처럼 초강수로 밀어붙이는 국정원, 여기에 ‘중세기적 마녀사냥’이라며 국정원에 강력 대응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 측의 싸움은 결국 어느 한 쪽의 치명상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이석기 의원 측이 여러모로 불리하다. 그러나 국정원의 실책 또는 ‘국정원의 오버’로 가닥이 잡히면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있을 법리전쟁의 최대 쟁점은 국정원이 ‘지하혁명조직’으로 부른 RO의 실체에 대한 진실이다. 정말 내란을 예비하고 음모한 혁명조직이며 그 지도자가 이석기 의원이 맞는지, 아니면 통합진보당 주장처럼 당원들에 불과한지가 핵심이다. 만약 혁명조직으로 그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이석기 의원 측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모든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말 것이다. 어쩌면 더 나아가 북한과의 내밀한 접촉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큰소리 친 것과는 달리 일반적인 당원 수준의 모임에 불과하며 그 자리에서 이석기 의원이 주장한 대로 단순히 강연한 것이 전부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국정원의 음모와 정치공작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정원과 검찰의 범위를 넘어서 박근혜정부까지 엄청난 후폭풍을 면키 어렵다. 과거 군사정권 때 보여줬던 공작정치의 부활이요, 민주주의와 법치를 유린한 국기문란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싸움의 명분과 실리는 실로 엄청나다. 그래서 어느 쪽도 총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론과 국민도 이제는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 여론까지 흥분할 필요가 없다. 무차별적인 색깔 논쟁이나 근거 없는 말잔치도 금물이다. 이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국정원과 이석기 의원 모두 철저하게 증거로 말해야 한다.

법리 싸움의 관건은 구체적인 증거에 달려있다. 말이나 주장 또는 분위기에 좌우 될 것이 아니다. 앞으로 국정원은 구체적인 증거를 계속 찾아내고 또 제시할 것이다. 여기에 이석기 의원 측도 증거로 맞서야 한다. 선동적인 언사나 거짓 구호 등으로 맞설 일이 아니다. 금세 들통 날 거짓말은 안하느니 못하다. 가장 기본적인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첫 승부처는 ‘RO의 실체’에 대한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맞은 것일까. 지하혁명조직이 맞을까, 아니면 당원들에 불과한 것일까. 그 실체가 정말 궁금하고 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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