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죽기살기로 싸우겠다
문제는 민주당의 원내복귀를 마냥 칭찬만 할 수 없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국회 3자회담’에서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무시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스스로 알아서 원내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강공에 굴복한 셈이다. 야성(野性)이라고는 한 점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치욕이요, 54일의 장외투쟁마저 초라하게 만든 굴욕에 가깝다.
김한길 대표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김 대표는 원내복귀를 결정한 지난 23일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원내 강경투쟁을 강조하면서 ‘죽기살기’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정감사를 비롯해 쟁점 법안에 대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나서달라는 뜻이다. 이 대목은 김 대표의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야당은 의회정치에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 더욱이 민주당 스스로 박근혜정부를 향해 민주주의 위기요, 민생을 포기한 정부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제1야당이 여당에 끌려 다니며 굴욕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민주정치의 수치에 다름 아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을 이렇게는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비록 정기국회를 버릴 수 없어 원내투쟁으로 방향을 돌리더라도 투쟁의 강도는 사즉생의 결기로 임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제 관건은 실천이다. 과연 죽기살기로 싸워달라는 김 대표의 호소를 소속의원들이 어떻게 실행할지 사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민주당의 허언과 큰소리에 속았던 사례가 어디 한두 번이던가. 지난 대선 때는 당을 뼛속까지 바꾸겠다고 했던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바뀐 것은 당 대표와 색깔만 바뀌었지 뭐가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에도 또 이런 허언일까. 말로는 삭발에 단식투쟁 심지어 의원직 사퇴까지 나왔다지만 정작 원내투쟁의 깃발을 들고 원내에 들어가서는 무능에 자중지란, 밥그릇 앞에서는 제 잇속만 챙기는 그런 꼴불견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새누리당 지지율의 반토막에 불과한 민주당,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바로 이런 대목이 의심의 수준을 넘어 신뢰를 보낼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 죽기살기로 싸워야 한다! 민주당 스스로 결의를 다지고 국민 앞에 승부수를 던진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여당 발목을 잡거나 물리력을 동원하라는 뜻이 아니다.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는 국민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야당이 사수해야 할 가치와 현안이 무엇인지 그 명세서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결론이 나면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설사 정기국회 판이 깨지더라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민주당이 정말 죽기살기로 싸우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