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광주에서 광복절 경축행사 때 시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들이 체 게바라 티셔츠를 착용하고 무대 활동을 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결국 합창단 지휘자 이모(42, 여) 씨가 4일 사퇴했는데, 이 씨는 이날 배포한 사임사에서 “눈 깜짝할 사이, 나라를 팔아먹은 중죄인이 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일 무대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왜, 아무에게서도, 작은 충고조차 들을 수 없었는지 참으로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는 단지 이미지와 새 배열에 지나지 않는 한낱 의상이라는 단순한 의미의 항변이 묻어난다.

하지만 ‘공산혁명가의 얼굴’이 그려진 의상은 사회적 논란이 따랐다. 여론이 확산되자 지휘자에 대해 자체 징계를 검토했던 광주시에서는 특별한 의도가 없는 것으로 확인하여 지휘자에게 경고를 준 것인데 이 씨가 사퇴한 것이다. 징계 운운하던 그 시기에 통합진보당 소속의 전모 시의원이 ‘광주시의 체 게바라 티셔츠 징계, 창조도시 부끄럽다’는 제목으로 진보당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그 내용은 “자유와 정의를 추구했던 체 게바라의 정신과 삶은 이념을 뛰어넘어 세계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문화적 트렌드로 수용되고 있다. 광주시민 또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의식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번 징계는 광주시의 부끄러운 문화철학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했다. 물론 정치사상적 인물과 예술의 반향(反響)은 다를 수 있는 문제다.

체 게바라(1928∼1967)가 어떤 인물인가? 아르헨티나 출생인 그는 멕시코에 머무르면서 쿠바혁명에 참가하여 승리한 이후 쿠바 공산당과 쿠바혁명정부의 각료에 오른 혁명가이자 정치인이다. 그는 혁명을 더욱 전진시키기 위해 사형제를 부활시켜 친미 또는 반혁명세력 약 1만 4000명을 죽이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또한 게바라는 쿠바를 떠나 볼리비아의 혁명에 가담하여 게릴라부대를 조직하고 남미대륙에서 혁명운동의 거점을 마련하려 했지만 볼리비아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농민 노동자들과의 연대에도 실패하여, 끝내 정부군에 붙잡혀 총살당한 인물이다. 어쨌든 쿠바 혁명에서 입지(立志)하고, 쿠바 공산당에서 출세했던 이상주의자, 그가 바로 체 게바라이다. 그런 인물의 얼굴이 그려진 의상을 입고 시민 앞에서 광복절 경축 공연을 했다니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에게는 치욕이 될 수도 있었을 터, 그러함인데 “자유와 정의를 추구했던 체 게바라의 정신과 삶”이라고 한 시의원의 주장은 어딘가 어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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