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제15대 종정 추대 법회
文 내외 참석, 현직 대통령 최초
정교 밀착한 모습 비판 목소리
[천지일보=강수경‧김민희 수습기자]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제15대 종정 추대 법회를 30일 봉행했다. 이날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추대 법회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지난 1월 대규모 승려대회를 개최하며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했던 조계종에 퇴임 전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정교가 지나치게 밀착한 모양새라며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조계종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를 봉행했다. 추대 법회에는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불교계 인사, 이웃 종교 지도자, 정관계 인사, 신도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종정(宗正)은 종단의 정신적 최고 지도자를 뜻한다. 앞서 한 차례 연임한 진제스님의 임기가 지난 25일 종료되면서 10년 만에 새 종정이 공식적으로 공표됐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제15대 종정추대회의에서 성파스님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새 종정 성파스님은 대웅전 계단 위에 마련된 법상에 앉아 “특별한 법문은 많이 준비했는데, 양산 통도사에서 오는 동안에 싹 다 잊어버렸다”며 즉석에서 법문을 했다.
성파스님은 불자들을 향해 “지금 계절의 봄이 오고 꽃이 폈지만 우리의 마음은 꽃을 못 피우고 있다”며 “사회와 세계의 얼어붙은 마음에 따스한 화합의 기운을 불어넣어 우리 모두의 마음에 웃음꽃이 필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불자의 의무와 책임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또 “가지 않으려고 해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게 인생길이다. 우리 나이가 칠십·팔십이 되면 경험과 아는 게 많다고 한다. 그것을 다 잊고 시작하는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자. 그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면 우리 가정·사회·국가도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법회에 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현직 대통령이 종정 추대 법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제14대 종정 추대 법회에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축사를 대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종정 예하는 모두를 차별 없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불경보살’의 정신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을 강조하셨다”며 “그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가 실천해온 자비와 상생의 정신은 우리 국민의 심성에 녹아 이웃을 생각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됐다”며 “불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동체대비의 정신을 실천해 국민께 희망의 등불을 밝혔다. 오미크론의 마지막 고비를 넘고 계신 국민들께 불교가 변함없는 용기와 힘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나 불교계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발걸음이 조계종의 ‘전국승려대회’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21일 조계종은 전국각지에서 스님 5000여명이 조계사에 운집한 가운데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해 “문 정부의 종교 편향”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정부가 불교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종교 편향을 일삼아왔다. 종교 차별과 불교 폄훼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불교재가모임 백도영 재야불교사연구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행보는 승려대회를 의식한 행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백 연구가는 “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과거에 사이가 안 좋았던, 편향적이라고 문제 삼았던 세력들과 화해함으로 퇴임 후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단체 내부 의례 행사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정교분리 헌법정신에 반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종교시민단체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은 30일 성명을 내고 “종교단체 내부의 의례행사에 정치인 특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특정 종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나 특혜의 시비를 부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과 종교계 간에 지나치게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표를 얻기 위해 종교계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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