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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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협회는 지난 2월 ‘반도체 투자 활성화 간담회’에서 150개 회원사의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올해 56조 7000억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및 후공정 분야 중소·중견 기업의 투자액이 약 1조 8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팹리스·전력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 중소·중견기업은 약 1조 3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인프라, 자금 지원과 규제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다.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3년 후에 지원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며 현재 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규정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제도의 실효성이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학 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반도체 고급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 지원을 바란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문승욱 장관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고용 창출, 생태계와 공급망 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정부도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기·용수·테스트베드 등 반도체 특화단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과감한 대응 투자를 하고 관계부처, 지자체가 참여하는 ‘반도체 투자지원기구’를 상설화해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겠다”고도 했다. 또한 인력 양성을 위해 “금년에 700여명의 반도체 관련 대학 정원을 늘리고, 반도체 전문 교육과정을 신설해 매년 1200명의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 경쟁의 핵심인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위해서 인공지능(AI)반도체, 전력반도체, 첨단 소부장, 패키징 등 분야별로 전문화된 ‘반도체 대학원’을 지정, 10년 이상 집중 지원하겠다”고 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의하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5559억 달러(약 665조 1899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6.2% 증가한 수치다. 올해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기업 매출은 작년 대비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1993년~1995년 반도체 호황기에 이어 두 번째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사상 최대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과 TSMC가 각각 매출 94조원과 68조원을 기록하며 최대 성과를 이뤘다. 인텔도 세계 1위는 삼성전자에 넘겨줬지만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주요 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인텔은 세계 8위 파운드리 업체 ‘타워’ 인수를 공식화하며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AMD도 자일링스 인수를 완료하며 신시장 개척에 시동을 걸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TSMC는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인 4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인텔도 현재까지 400억 달러 투자를 공식화했다. 물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한다.

세계 주요국 정부도 경쟁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은 지난해 6월 ‘미국 혁신과 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가결했다. 300조원(2500억 달러)을 투자,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중국에서 쓰는 반도체의 70%를 국산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집적회로법(Chips Act)’을 만들고 58조원(480억 달러)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자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면 투자액 절반을 정부가 지원한다. 이처럼 현재 세계는 공급망 재편과 초격차 기술 확보 등 다방면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유지와 공급망 강화를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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