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보수진영의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한교총과 한기총이 이달까지 기본계획서를 작성키로 한 가운데 사진은 왼쪽부터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 소강석 목사, 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 .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2.2.10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한교총과 한기총이 이달까지 기본계획서를 작성키로 한 가운데 사진은 왼쪽부터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 소강석 목사, 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 .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2.2.10

금권선거‧이단규정 및 해제 등 논란으로 2012년 분열

10년간 통합 시도 번번이 무산돼… 목회자들 이견차

한기총 내부에선 진보진영에 반감 여전… 통합 숙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 기독교 보수진영의 대표 연합기관이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2012년 분열을 시작해 10년만에 통합기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기총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기관 통합 추진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달 중으로 기본합의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양 기관이 지난달 말 발표한 기관 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양 기관은 기본합의서 채택은 물론 목표 실현을 위한 세부합의서도 작성한다.

이후 양 기관이 임시총회를 거쳐 통합총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기총과 한교총의 기본합의서에 담을 내용도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 소강석 목사는 지난달 29일 로드맵 합의가 이뤄진 양 기관 첫 회의에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기본합의서에는 양측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괄적 내용을 담는다”고 밝혔다.

또 세부합의서와 관련해서는 “이단성이 있는 회원의 자격 여부 등 상세한 조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반복적으로 이뤄진 후 작성한다”며 “이후 임시총회와 통합총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소 목사는 연합기관 통합 방식에 대해 ▲한국교회의 주체인 개별교회의 집합체인 교단이 참여하고 동의하는 통합 ▲개별교회와 선교단체 등 한국교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 참여 ▲교회와 복음을 지키고 현안에 대한 순발력 있는 대응과 교섭을 위한 원 리더십 원 메시지 필요 ▲대표 선출방식 개선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도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했다. 김 변호사는 “통합 추진 로드맵을 합의했다”며 “양 기관이 통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활용해야 한다. 기본합의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기총 통합추진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한기총과 한교총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지도자들이 모여 올해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이 자리에는 한기총 김현성 변호사, 한교총 소강석 목사, 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등이 참석했다. 세 기관 지도자들의 모임 이후 교계 내에서는 이달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통합 후 명칭을 한기총으로 그대로 이어갈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통합은 이뤄져야 이뤄지는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태생적으로 극보수 정치적인 색채가 짙었던 한기총 내에서는 진보진영에 대한 반감이 큰 인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설득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기총 전 핵심인사인 A목사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통합을 추진한 특정 목사를 지목하며 “B목사는 좌파”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B목사가 한기총을 대표하는 목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절대 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좌파가 한기총의 대표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기총은 갖은 논란과 소송 공방전 끝에 김현성 변호사가 임시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한교총은 보수-진보진영의 교단들이 모두 연합한 기구이다. 반면 한기총은 보수진영의 교단들이 모여 연합한 기구로서 주로 보수 정치권에 지지표를 보내왔다. 한기총은 정치적 보수 색채가 짙기 때문에 진보진영이 섞인 한교총과 실질적으로 하나가 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천지일보 2022.2.10
ⓒ천지일보 2022.2.10

◆한국교회, 처음부터 분열의 역사

한국교회 분열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개신교 도입 초기부터 개신교는 하나되기에 좋은 토양이 아니었다.

교파가 다른 선교사들이 한반도에서 지역분할 정책을 펼쳤고, 지역별로 교파가 달랐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는 전라도와 충청도를, 호주장로교선교부는 경남을, 캐나다장로교 선교부는 함경도를, 미국북장로교선교부는 평안도 황해도 경상북도 등을 나눠서 선교했다.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 문제는 조선기독교계의 분열 양상을 가속했다. 일제 치하로부터 해방되면서 한국교회에 신사참배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1945년 9월 18일 재건 노회가 열리고 두 개의 자숙안을 정했다. 그러나 신사참배에 동참했던 기성교회 인사들은 주남선 목사 등 신사참배를 거부해 수감됐다가 출옥한 성도들과 마찰을 빚었다. 10여명의 기성교회 목사들은 출옥 성도들의 비난에 대해 “신사참배는 각 개인의 양심문제로서 각자 충분한 심적 고통을 당했다”며 “이제 해방이 됐다고 해 신사참배자들을 죄인으로 운운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위”라고 반박했다.

1951년 장로교회는 6.25 사변 직후의 총회에서 고신파를 정죄했고, 고신파는 자신들을 한국교회 정통으로 자처하며 분리하게 됐다. 일제 강점기 이후 최초 분열의 역사다.

이후 보수주의 신학은 또 한 번 분열된다. 주류를 이뤘던 초기 한국 개신교가 자유주의 신학을 한 조선신학교 김재준 교수를 배척했기 때문이다. 김재준 교수는 보수에서 이탈을 결심했고, 1953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으로의 분열의 단초가 됐다. 한국 개신교는 예장, 예장고신, 기장으로 교단이 나뉘었다.

6.25 동란 이후인 1959년 세 번째 분열이 일어났다. 복음주의연합회(NAE)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인정을 놓고 대립각이 세워졌다. NAE는 WCC를 용공이라고 비판하며 탈퇴를 주장했다. 이에 찬동한 일부 총대들은 승동교회에서 1959년 예장합동 총회를 결성했다. 반면 WCC를 지지하는 총대들은 이듬해 연동교회에서 예장통합 총회를 결성했다.

◆분열 이유 “지도자들의 명예와 욕심 때문”

이후 한국교회는 수많은 교파로 분열‧난립했다. 현재 한국교회 교단은 200개도 넘는다.

분열의 역사는 교단 뿐만이 아니다. 당초 한국교회는 수많은 교단으로 분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연합기구를 만들어 하나가 되려고 시도했다.

한국교회의 최초 연합 기구는 1918년 2월 장로교와 감리교가 연합한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다. 해방 이후엔 한국기독교연합총회가 결성됐는데, 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모체다. 이후 1989년 한경직 목사를 위시한 교계 원로 지도자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결성했다.

NCCK가 한국교회 진보진영을 대변한 교단연합기구라면, 한기총은 분열 직전까지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연합기구였다. 그러나 한기총 내 금권선거‧이단논쟁 등 부패상이 드러나면서 2012년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분리돼 나왔다. 교단장들은 하나될 것을 종용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도리어 그들이 연합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출범했다. 결국 하나되지 못하고 도리어 분열의 대열에 합류한 격이다. 한교총은 제4의 교단연합기구가 됐다. 이후 한교연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한교총과 수차레 통합을 선언했다가 통합이 결렬됐다. 2018년 12월 다시 명칭을 한교연으로 바꿨고 현재까지 기관을 유지하고 있다. 한기총은 이후 갖은 논란 속에서 극보수 노선을 택해 비난을 받아왔다.

한국교회의 분열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국교회의 연합에 대한 정서가 한창 고조될 때인 지난 2014년 교계 24개 매체 기자 3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한국교회 연합단체 분열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도자들의 명예와 욕심, 공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시도 때문’이라는 응답이 91.9%를 차지했다. ‘교단들 간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합종연횡’이라는 응답은 64.9%, ‘특정 대형교단들의 힘겨루기’라는 응답도 56.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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