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추이 ⓒ천지일보 2022.1.16
최근 6년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추이 ⓒ천지일보 2022.1.16

작년 11월 이어 0.25%p↑ 5개월새 0.75%p↑

두 차례 연속 인상은 14년만이야

물가·미국 긴축 등에 초점

이주열 “기준금리 추가조정 필요”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하면서 22개월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 수준(1.25%)으로 올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00%인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작년 11월 마지막 금통위에서 0.25%p를 인상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상한 것은 2007년 7월과 8월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금통위는 2020년 3월 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임시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고,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같은 해 7, 8, 10, 11월과 작년 1, 2, 4, 5, 7월까지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친 후에 8월에 되어서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를 인상했다. 이후 10월에는 동결하며 숨고르기를 했고, 11월과 이날 0.25%포인트씩 두 차례 잇따라 추가로 상향 조정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의 경우 수출의 견실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재개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인상 배경을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1월 제시한 3.0%를 유지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 전망 경로를 상회해 상당 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고 연간으로는 2%대 중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예상했으나,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고물가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적용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입장 전 QR코드 체크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적용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입장 전 QR코드 체크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9

금통위가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빠르게 올린 것은 석유·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병목 현상, 수요 회복에 따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현상도 여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연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통화 긴축을 서두르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당초 연준이 오는 3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치고 6월께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이달 6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는 공격적인 긴축을 시사했다. 이에 연준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의 충격을 줄이려면 한은으로서는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먼저 올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작년 동월대비)은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로 6개월 연속 2%를 웃돌다가 10월(3.2%)에는 3%를 넘어섰다. 이후 11월(3.8%)과 12월(3.7%)까지 3개월간 3%대의 고물가를 나타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 달 전 물가상황 설명할 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를 웃도는 수준으로 염두에 뒀는데, 불과 한 달 사이 예상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높고 범위도 넓은 것을 확인했다”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이 총재는 “올해 연간 상승률이 2.5%를 웃돌아 2%대 중후반이 되는 것으로, 그렇게 기존 전망(2.0%)을 큰 폭으로 조정할 예정”이라며 “공급병목으로 상승 압력을 받는 대상 품목이 점차 확대되고, 올해 들어 업체들이 (생산자 물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는 경향도 뚜렷한 만큼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꽤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 미국의 긴축 상황 등을 고려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앞으로 더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성장과 물가 상황과 전망 등을 고려하면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기준금리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며 “앞으로도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5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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