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공사장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2022.1.11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공사장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2022.1.11

광주서 아파트 외벽 붕괴

‘학동 참사’ 발생 7개월여만

“‘공기=비용’ 관행이 문제”

“예방 위해 원청 처벌해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가 지난해 ‘학동 참사’에서 원청의 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한 결과로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또 이번 사고는 지난 사고와 마찬가지로 ‘부족한 공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광주 서구 화정동의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39층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작업자 3명이 경상을 입었고, 작업자 6명은 실종된 상태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다음 날 오전 10시 현장에 찾아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저희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확산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보름 앞둔 시점에 지난해에도 대형건설사고로 입방아에 올랐던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사고가 재차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 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 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지난해 6월 9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학동 재개발단지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 시내버스를 덮쳐 사망자 9명 등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불법 하도급 관행으로 인해 철거업체에 전달되는 비용이 원 공사비의 16% 수준으로 줄었고, 공기 단축을 위해 건물을 무리하게 해체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사고도 건설사가 공기를 줄이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건설업 특성상 ‘공기는 곧 비용’이라는 인식 때문에 현장에선 눈이 내리는 혹한에도 작업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물에 타설한 콘크리트의 강도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며 “겨울철은 기온이 낮아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는데 공기를 맞추기 위해 다음 작업을 진행했을 경우, 이로 인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국토부 조사 결과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업계 관행에 대한 재조명이 잇따를 전망이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 서구 아파트 현장에서 11일 오후 3시 47분경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2022.1.11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 서구 아파트 현장에서 11일 오후 3시 47분경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2022.1.11

◆“지난 사고서 원청 처벌 안 한 탓”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발생한 사고인 만큼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해와 비슷한 사고가 재발했고 지난 사고에서 원청의 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한 결과가 이번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에서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 역시 생명과 안전보다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에서 빚어진 제2의 학동참사”라고 지적했다.

또 “학동 참사에서 보았듯 현장 책임이 가장 크고 무거운 HDC현대산업개발은 빠져나가고 꼬리자르기식으로 하청 책임자만 구속됐을 뿐”이라며 “이런 법과 제도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 붕괴 참사’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사고현장에 방문해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해당 사고는 현재까지도 종결이 되지 않았으며, 당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7개월 앞둔 시점이라 현장관계자 외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측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12일 오전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 수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국토교통부)
12일 오전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 수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국토교통부)

이번 사고 역시 오는 27일 법 시행 보름을 남기고 발생한 만큼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책임자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그간 경영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주고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이유로 시행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시공능력평가 9위인 대형건설사에서 발생한 ‘후진국형 사고’에 경영계의 주장은 명분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주문했고 광주지역 여야에서 건설사의 책임을 공론화하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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