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의 장본인으로 지목돼 온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별세했다. 대한민국 11, 12대 대통령을 지낸 그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 뒤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탄압을 주도한 신군부의 핵심 세력으로 권력장악에 성공했다.
그는 쿠데타 당시 합동수사본부장 겸 보안사령관이었다. 신군부 세력은 쿠데타 이후 정권 장악을 위해 1980년 5월 비상계엄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1995년 12.12 군사 쿠데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탄압문제로 구속기소 됐다. 이듬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아들을 통해서 5.18광주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한 사과 의사를 밝히고 추징금도 성실히 납부한 것과 달리 전 전 대통령은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추징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고, 2003년 검찰의 재산 명시 신청에 ‘예금자산이 29만원’이라고 밝혀 비난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법적 공방 중이었다. 고 조비오 신부가 5.18 당시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사자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생전에 5.18 유가족들은 그에게 끝없이 사과를 요구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은 유가족들에게 5.18 탄압의 핵심세력인 전 전 대통령의 사과는 그 무엇보다 절실했다. 그러나 그는 끝끝내 사과하지 않고 영욕의 생을 마감했다. 피해자가 있는데도 부정한 그의 모습은 용서와 화해의 기회를 막았다. 전 전 대통령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조차 끝끝내 5.18 탄압과 관련해 부정하는 일체의 행동은 참으로 안타깝다.
5.18 유족들이 간절히 원했던 사죄의 기회를 놓친 그의 삶에 대해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전씨의 죽음은 죽음조차 유죄”라고 비판했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 자를 용서할 길은 없다. 가해자가 죽었다고 해서 그의 죄가 없어지거나 피해자의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살았을 때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아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사망 한달만에 그의 뒤를 따른 전 전 대통령. 권불십년(權不十年)인데, 집권했던 10년에 취해 현실을 외면하고 살다간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