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잔금대출 중단 대신 심사 깐깐해진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입주 예정 아파트 단지의 잔금대출을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잔금대출 기준을 시세에서 분양가 기준으로 바꿔 적용하면서 깐깐한 대출 심사를 더욱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 등 일부 대출을 빼고 지난해에 이어 올 연말에도 전 금융권 ‘대출 한파’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엄격한 심사로 종전보다 대출 문이 좁아지고 대출액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은행권과의 ‘입주사업장 점검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에서 “많은 수(受) 분양자에게 잔금대출이 공급될 수 있도록 불요불급한 대출이 취급되지 않게 해달라”며 꼼꼼한 여신심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중도금대출까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한도를 산출할 때 분양가를, 입주가 임박한 잔금대출의 경우 ‘KB시세’를 기준으로 적용한다. 이에 따라 잔금대출의 대출 가능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 KB국민은행은 잔금대출의 한도 기준을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변경했다.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은행의 몫이지만, 일부 은행이 잔금대출 기준을  분양가 기준으로 도입하면서 해당 기준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입주 예정자가 돌려받을 전세보증금도 잔금대출 심사에 활용될 수 있다. 은행이 ‘불요불급한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돌려받을 전세보증금을 고려해 잔금 전체를 대출해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된 전세자금대출과 달리 집단대출은 총량 관리에 포함되기 때문에 은행이 깐깐하게 심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나은행은 시중 주요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0일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의 부동산 담보 대출이 중단된다.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또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부터 중단됐다. 

우리은행도 지난 20일부터 우리원하는직장인대출 등 일부 신용대출상품의 우대금리를 축소, 신규와 연장, 재약정의 대출금리를 높일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