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24일 오전 태풍이 지나간 동래구 세병교 아래 산책로에는 하천의 토사가 범람한 가운데 차량을 동원해 도로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4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24일 오전 토사가 범람한 동래구 세병교 아래 도로를 구청 관계자들이 부지런히 복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4

불어난 물 위로 차량 ‘둥둥’

159㎜ 폭우에 주민들 대피

“태풍마다 침수, 대책 절실”

신고 182건, 인명피해 없어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어요. 태풍 올 때마다 이 난리를 치러야 하니 정말 답답합니다.”

24일 자정을 기점으로 부산에는 태풍 ‘오마이스’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 시간당 최대 88㎜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줄기차게 쏟아진 비는 사상구를 비롯한 도로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부산은 이날 새벽 2시쯤에야 태풍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났지만, 주변 상가를 휩쓸고 간 태풍은 곳곳에 침수 피해를 남겼다.

태풍이 지나간 24일 오전 기자가 찾은 부산 사상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의 가게 주인들은 강풍과 폭우로 밤새 위세를 떨쳤던 태풍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사상에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자(가명, 60대, 여, 사상구)씨는 “집이 근처라 지난밤 자정쯤 남편과 함께 밖을 나와봤더니 도로가 엉망이 돼 있었다. 도로에 빗물이 차올라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며 지난 밤을 떠올리기도 싫은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무슨 대책을 세워야지 태풍 올 때마다 사람 할 짓이 아니다”라며 “다른 지역에 사는 친척들과 통화해보면 다른 데는 부산만큼 심하진 않다”고 답답해했다.

전날 밤 11시 45분께는 북구 화명 캠핑장 굴다리 아래에서 침수된 차량에 갇혀 있던 한 남성이 경찰에 구조됐다. 이어 밤 11시 52분께는 수영구의 노래연습장이 침수돼 한 여성이 밖으로 대피를 하기도 했다.

24일 자정 기점으로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 연제구 남문구사거리에서 물폭탄의 여파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제공: 부산경찰청) ⓒ천지일보 2021.8.24
24일 자정 기점으로 12호 태풍 ‘오마이스’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 연제구 남문구사거리에서 물폭탄의 여파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제공: 부산경찰청) ⓒ천지일보 2021.8.24

태풍 영향권에 들어온 자정께 연제구 남문구 사거리에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량이 도로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까지 CCTV에 포착됐다.

양정에 산다는 김성태(가명, 50대, 남)씨는 “지난밤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차량이 침수되기 1시간 전에 그곳을 지나갔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저지대가 많은 부산은 밤사이 도로 곳곳에 흙탕물이 범람했고 거센 비바람과 쏟아지는 장대비에 침수와 교통 마비가 이어졌다.

태풍이 지나간 이날 오전까지 부산지역 누적 강수량은 금정구가 159㎜, 부산진구 144.5㎜, 북구 110㎜, 중구·동구 107.4㎜, 사상구 104.5㎜를 기록했다.

동구 수정동에서는 20세대 32명이 긴급 대피했고 동구 범일동의 경우 4세대 5명, 저지대에 사는 6세대 10명도 긴급 대피했다. 부산에는 산사태 경보가 8개 구에 주의보는 4개 구에 발령됐으며 도로파손이나 차량 침수도 잇따라 발생했다.

24일 새벽 태풍 '오마이스'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 진구 삼정타워 앞 도로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제공: 부산경찰청) ⓒ천지일보 2021.8.24
태풍 ‘오마이스(OMAIS)’가 맹위를 떨친 지난 24일 새벽 부산 진구 삼정타워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제공: 부산경찰청) ⓒ천지일보 2021.8.24

이날 오전에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여파로 동래구 세병교는 교통이 통제되고 있었다. 세병교 아래 산책로는 하천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토사로 뒤범벅된 모습이었다.

긴급 투입된 청소 차량과 인원들은 토사를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고 강풍에 목이 꺾인 나무는 하천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정희숙(가명, 60대, 여)씨는 “집에는 피해가 없었지만 밤새 요란하게 들리는 빗소리에 잠을 설쳤다”라며 “아들이 거제동에 사는데 차가 물에 잠겼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 전화했더니 ‘괜찮다’라는 답을 듣고서야 겨우 안심됐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은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6m의 강풍이 불어 한때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등 부산의 해상교량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이밖에 오후 1시에서 3시경에는 영도구 청학동의 지붕 슬레이트가 날아 들어오고, 진구 부전동의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112에 접수된 태풍 관련 신고 건수는 총 182건에 달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태풍 피해와 관련해 부산시 시민안전실 자연재난팀장은 “이번 태풍 피해는 만조 시각과 겹쳐 피해가 가중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는 현재 도시침수 예방을 위해 11개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우수저류사업 설치사업 등의 시설 확충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1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위험시설물 보수·보강에 힘쓰는 등 소규모재해예방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앞으로도 피해 예방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은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가을장마’에다 태풍 ‘오마이스’까지 겹쳐 연일 빗줄기가 쏟아진 가운데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비 소식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이미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만큼 산사태와 축대 붕괴, 낙석 등의 피해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24일 오후 1시 15분경 부산 진구의 한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져 소방대원이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제공: 부산소방본부) ⓒ천지일보 2021.8.24

24일 오후 태풍 ‘오마이스’의 여파로 부산 진구의 한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져 소방대원이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제공: 부산소방본부) ⓒ천지일보 202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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