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21.7.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21.7.12

14일부터 추경 본격 심사

홍남기, 전 국민 지원 반대

野, ‘0선 대표’ 리스크 우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가 야당 내부의 반발로 번복되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특히 오는 14일부터 국회에서 진행되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4~15일 전체 회의를 열고 추경안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하고 내주 예결위 차원의 세부적 증액·감액심사를 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야 대표의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100% 전 국민 지급’으로 추경안 심사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심사 과정에서 반대한다면 양당 대표 간 합의문을 내세우며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해 온 여권의 대권 주자들도 가세했다.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닙니다”라고 적었고, 추미애 후보는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다니 국정이 장난이냐”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에서도 전 국민 지급에 반대 목소리가 나왔고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 국민 지급을 밀어 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추진 중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움직임과 관련해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재정 운용은 정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홍 부총리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으니 전 국민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겠느냐”면서 “100분 만에 깨지기도 했지만, 여야 대표가 모처럼 모여서 시원하게 합의한 건 국민의 요구가 있었던 것”이라고 질타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9.
[서울=뉴시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9.

그는 “재정 운용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70% 생각을 했는데 (여당) 의견을 수렴해서 80%가 적정했다고 판단해 추경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의원은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제왕적 당 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은 일반 국민의 소비지원금이 아니라 자영업자의 생존자금으로 집중지원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의원총회에서 다시 물길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내부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손실보상 우선 논의 기조’를 재확인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국민의힘 입장은 종전과 같다. 같은 입장에서 추경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질의응답 시간에서 “소상공인의 지원 확대를 명시적으로 민주당이 정부와 합의하지 못한다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송 대표에게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3조 9000억원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송 대표가 동의해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는 쪽에 합의했다”고 했다.

지도부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원내에서 공개 비판이 이어진다면 ‘0선 대표’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7.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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