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수출 호조에 제조업 2p↑

유가 상승에 대기업 3p↓

서비스 등 비제조업은 정체

경제심리지수, 10년래 최고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류난이 겹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지난 4·5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5월과 같은 88을 기록했다.

BSI는 현재 기업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만든 수치다. 이를 통해 기업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지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전 산업 BSI가 100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달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2807개 기업(제조업 1640개, 비제조업 1167개)이 설문에 답했다.

앞서 전 산업 BSI는 지난해 4월 역대 최저점(51)을 찍은 뒤 5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등락을 반복해 올해 2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4월 들어선 2011년 6월(88)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5월부터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제조업 위주의 개선세가 나타났다”며 “반면 비제조업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문제에 따른 상품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산업이 횡보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기업은 업황 경기가 개선됐다고 봤지만, 비제조업은 지난달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 업황 BSI는 98로 전월 대비 2p 상승했다. 2011년 4월(99) 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의 업황 BSI는 81로 전달과 같았다.

한은은 “제조업의 경우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이 다소 해결되면서 업황 BSI가 높아진 반면, 비제조업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문제 등으로 개선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제조업 체감경기를 끌어올린 건 수출이다. 화학제품 스프레드(제품가-원재료가) 축소 영향으로 화학물질·제품은 5p 하락했으나, 케이블과 반도체·전자부품 수요 증가로 전기장비와 전자·영상·통신장비는 각각 6p, 3p 올랐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이 107로 전월보다 3p 하락하고 중소기업은 88으로 8p 상승하며 큰 체감경기 차이를 보였다. 형태별로는 수출기업(111)과 내수기업(90)이 각 2p, 1p 오르는 등 체감경기가 소폭 개선됐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대기업 업종 비중이 높은 화학제품 등 업종의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대기업 체감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 등은 호조를 보이면서 차이를 보였다.

대면 서비스업이 많은 비제조업의 경우 81로 전월과 같았다. 판매상품의 원가 상승과 수급 차질 등의 영향을 받은 도소매업(-7p)과 분양·임대 수입 감소로 타격을 입은 부동산업(-6p)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광고·행사대행 수주 증가 덕에 전문·과학·기술업(+6p)의 체감경기는 좋아졌다.

6월 실적이 아닌 7월에 대한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업황 전망 BSI는 90으로 6월전망치(88)보다 2p 상승했다. 제조업은 99로 6월 전망치(97)보다 2p 올랐다. 대기업의 업황전망 BSI는 106으로 전월 대비 4p 내렸으나, 중소기업은 91로 10p 올랐다. 수출기업(114)은 전월보다 6p 상승했으며 내수기업(89)은 전월과 같았다. 비제조업 업황전망BSI는 6월 전망치(81)에 비해 1p 오른 82를 나타냈다.

6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3.9p 오른 109.3을 기록해 4개월 연속 100을 넘었다. 이는 2011년 5월 110.7을 기록한 후 10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SI는 기업(BSI)과 소비자(CSI) 등 민간의 경제 상황 심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과거 평균보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ESI는 지난 3월 101.3을 나타내며 2018년 6월(100.4)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은 이후 4월(105.3)과 5월(105.4), 6월(109.3)에 걸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절적 요인과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109.3)는 전월에 비해 3.3p 상승한 109.3을 기록했다.

김 팀장은 “다음달에도 수출은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앞두고 외부활동이 많아지는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본격 회복세라고 보기에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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