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공: (택배노조) ⓒ천지일보 2021.6.1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공: 택배노조) ⓒ천지일보 2021.6.14

월6천개, 하루250여개 배송

“사회적 합의 최대 걸림돌”

“우정사업본부, 약속지켜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주평균 93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택배노동자가 다발성 뇌출혈로 위중한 상황에 놓이는 비극이 벌어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을 중심으로 택배업 노동환경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은 전날 여의도우체국 청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를 기습적으로 점거해 시위를 벌였다.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택배 분류작업’과 관련해 우정사업본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롯데택배노동자, 뇌출혈 ‘위독 상태’

앞서 지난 13일 잠을 자던 도중 갑자기 뇌출혈을 일으켜 중태에 빠진 택배노동자도 분류작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뇌출혈로 쓰러진 택배노동자 임모(47)씨는 롯데택배에서 2년 넘게 일해 왔다.

그는 보통 7시까지 출근을 했고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는 집에 퇴근을 보통 화요일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했다. 노조 가입 후에는 화요일 기준 밤 11~12시에 퇴근했다. 노조 가입 전 기준으로 하루 15.5시간, 주 평균 93시간 노동을 했고 노조 가입 후에도 주평균 80시간이 넘는 고강도 노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평소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 6일을 근무하면서 하루 2시간만 자고 출근하는 날이 많았으며, 밤 12시가 넘어서 들어오면 그제야 저녁 식사를 했는데 졸면서 식사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알려졌다.

택배물량은 월 6000개 정도로 하루 250여개의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월경부터 분류인력이 투입됐지만, 분류작업은 여전히 분류인력과 함께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공: (택배노조) ⓒ천지일보 2021.6.1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공: 택배노조) ⓒ천지일보 2021.6.14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저임금 구조”

이에 대해 전국택배노조는 “해당 택배노동자는 구역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밝혔고 주위 동료까지도 대리점 소장에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시 대리점 소장은 그 의견을 묵살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충격적인 것은 주 8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을 했음에도 받은 수수료임금이 부가세와 대리점 관리비를 제외하고 400만원이라는 점”이라며 “여기서 차량유지관리비, 기타경비들을 제외하면 350만원 정도로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택배사들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이미 적정물량과 적정수수료라는 의제로 합의 수준에서 논의해왔던 것을 뒤엎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물량만 줄이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그 이후 생겨날 생계문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정사업본부, 대국민 사기극 펼쳐”

이러한 가운데 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은 우정사업본부가 분류작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약속했으나 제대로 지켜주지 않았다면서 마치 해결된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정사업본부의 거짓과 무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국가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사회적 합의의 최대의 걸림돌로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소포위탁배달원들에 대해 개인별 분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개인별 분류 시행 시까지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제시한 연구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산정된 적정 수수료를 지급할 계획이라며 분류비용 지급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측은 “지난 11일 우정사업본부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분류비용을 수수료에 포함해 지급해왔다는 것”이라며 “우체국 택배노동자들이 매달 받아보는 수수료 지급내역 그 어디에도 분류비용 내역은 찾아볼 수 없다. 새빨간 거짓말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와 같은 우정사업본부의 행태로는 사회적 합의 타결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우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정사업본부의 대국민 사기극이 정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택배사업, 우정사업본부 돈벌이 아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도 택배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최종합의를 앞두고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사회적 합의는 택배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택배사업은 우정사업본부의 돈벌이를 위해서 생겨나지 않았다”면서 “국민들의 우편서비스 이용이 줄고 소화물 배송 요구가 늘어나면서 공공서비스의 필요로 택배부문이 생겨났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를 공공서비스 영역이 아니라 민간위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꼬집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택배노조) ⓒ천지일보 2021.6.1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택배노조) ⓒ천지일보 202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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