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출처: YTN 갈무리)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출처: YTN 갈무리)

“이용구 폭행 직후 10m 후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될듯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택시기사 폭행사건’과 관련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을 수사한 경찰 수사관이 폭행 영상을 직접 확인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일 이 전 차관이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엿새 뒤 당시 사건 담당 경찰 수사관은 이 같은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이후 영상의 존재를 상부에 알리거나 보고서에 담지 않은 채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그대로 퇴근한 사실이 파악됐다.

서초서 형사과장과 직속 형사팀장은 해당 영상에 대해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이후에도 윗선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추가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이 영상을 처음 본 날 이후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차관에겐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폭행 직후 택시기사는 10m 가량 차량을 움직인 뒤 경찰에 신고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당시 차를 잠시 멈췄다가 폭행 직후 다시 운행을 한 것인데 이 경우 특가법 적용 대상이 된다.

특가법에 따르면 운행 중 운전자를 폭행할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는 것과 별개로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해당 법령에서 ‘운행 중’이라는 조건엔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지한 경우도 포함된다.

한편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하차 직전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다. 또 이 차관은 당시 폭행한 뒤 합의를 시도하면서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되기 약 3주 전인 일이다. 이 장면은 차량의 블랙박스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서초서는 이 차관에게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후 이 차관의 폭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찰은 올해 1월 진상조사단을 꾸려 수사 관계자들의 통화내역 분석 등 의혹을 조사해왔다.

이 차관은 지난달 22일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았고, 30일 오전 8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해 31일 새벽 3시 20분까지 19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차관은 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이후 사의를 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이 전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과천=뉴시스]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0.12.21.
이용구 법무부 전 차관.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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