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본점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 2021.5.28
NH농협은행 본점 (제공: NH농협은행) ⓒ천지일보 2021.5.28

농협銀 “비밀번호 소홀히 다룬 점 인정”

“적금 강매 아닌 자산 관리 서비스 일환”

온라인·SNS서 국민적 공분 들끓어

전문가 “상식 벗어난 행동, 강매 행위”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잇따른 직원 비위 문제로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의 내부구조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농협은행 직원이 로또 1등 당첨자의 통장 비밀번호를 묻고 적금 상품을 강매했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국민적인 공분이 들끓고 있다.

농협은행은 직원이 고객의 비밀번호를 소홀히 다룬 점을 인정했으나 적금 강매가 아닌 자산관리 서비스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농협은행의 입장에 대해 강매로 금융상품을 판매한 것이 맞으며, 은행 직원 윤리와 상식상으로도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8일 MBC보도에 따르면 최근 로또 1등에 당첨된 A씨는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본점을 찾았다. A씨는 당첨금을 찾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로또 당첨 사실을 주변에도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은행으로 갔지만, 은행 직원으로 인해 다른 고객들도 A씨의 당첨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농협은행 직원이 1층 프론트에서 접수하면서 노골적으로 로또 당첨금을 찾으러 온 것과 회차, 어디서 당첨됐는지 등을 물었다”며 “수많은 사람이 보는 데서 얘기를 해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본점 3층의 당첨자 전용 창구에서도 황당한 일은 계속됐다. 당첨금을 받을 통장을 개설하면서 은행 직원은 비밀번호를 구두로 불러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고객의 통장 비밀번호는 은행 직원들에게도 비밀이다. 은행직원이 고객이 통장 비밀번호를 알게 될 경우 이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는 고객 본인이 단말기를 이용,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돼 있다.

농협은행 직원의 만행은 이로 끝나지 않았다. 은행직원은 총 5억원짜리 연금 상품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 A씨가 거절했음에도, 직원은 계속해 다른 상품을 권유했다. 결국 A씨는 계획에도 없던 적금을 하나 가입했으며, 이 적금 통장의 비밀번호도 은행 직원이 직접 입력했다.

아울러 로또 당첨자에 대한 상품 강매가 처음이 아니라는 제보도 나왔다. A씨 앞으로 다른 1등 당첨자 B씨와 C씨는 당첨금을 찾는 과정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거나, 금융상품을 강제로 설명하고 가입시키는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비밀번호를 소홀히 다룬 점을 인정했으나 적금 강매가 아닌 자산관리 서비스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비밀번호를 말해달라고 한 것은 그 전에 고객이 많은 시간 동안 대기하면서 심·신적으로 지친 상태였기에 직원이 친절한 응대를 위해 대신 눌러드리겠다고 한 것”이라며 “금융상품도 자산관리를 위해 권유하다 보니 고객에게 불편을 끼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직원에 대해서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처분은 오늘 보도가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당첨자 A씨는 금융감독원에 정식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번 사태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온라인과 SNS상에서 이를 지적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최근 농협은행 직원의 잦은 비위가 드러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여론이 들끓은 것이다.

한 네티즌은 “당첨자가 똑똑해서 다행이지, 은행 직원들이 사람을 호구로 봤다. 당첨 공개한 것도 사과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아직도 농협이 이런 짓을, 한심하다. 즉시 시정조치 해야 한다”며 “감사부서는 확인 시정해야 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외에도 “자기 실적 채우려고 그랬나보다. 농협은행 비리 한 번 파봤으면 좋겠다” “터질 것이 터졌다, 이제 강매 안 하겠다” “자산관리 서비스라니, 변명에 능숙한 인간들이다. 금감원에서 확실히 조사해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환장하겠다. 완전 고객을 봉으로 안다” “썩어빠진 금융기관이 농협”이라는 글도 나오면서 들끓는 여론을 보여주고 있다.

트위터에서도 “농협은행은 왜 타인 통장 비밀번호를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농협은행은 강도인가?” “비밀번호를 묻는 것은 잘못됐다. 보이스피싱·스미싱과 뭐가 다른가. 징계하라”는 등 농협은행을 지적하는 여론이 가득한 상황이다.

농협은행의 해명에 대해 전문가들과 소비자단체는 이번 사태는 은행 직원 윤리에서도,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자산관리가 아닌 금융상품 강매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고객이 이미 거부했음에도 기분이 상할 때까지 금융상품을 권유한 것은 강매라는 것이다.

30여년간 은행 근무를 했던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은행 직원이기 때문에 금융상품을 권유할 수는 있지만 이번 행위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행위가 복권 당첨자가 자기 나름의 자본계획이 있는데도 거부하는 사람에게 강매한 상황”이라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은행 직원 윤리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 사무처장은 “은행 계좌 비밀번호의 경우 유출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더군다나 은행 직원이 알게 될 경우, 은행 직원이 얼마든지 본인의 창구에서 통장을 재발행받아 인출할 수 있다”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기에 고객이 입력하게 돼 있는데도 직원이 입력을 하며 금융상품을 강매했다는 것 자체가 비난받아도 마땅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은영 소비자학 박사(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대표)는 “통장의 비밀번호는 가입한 금융회사라도 구두로 이야기하지 않게 돼 있다”며 “요구할 수 없는 행위임에도 비밀번호를 요구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근거가 없는 행동임에도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상품을 강매한 것은 상식의 문제가 아닌 불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고객의 비밀번호를 요청했다는 자체가 농협에서 어떤 정신을 가지고 고객에게 대응하고 상품을 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이는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기에 금융당국의 고소·고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번 사태는 금융소비자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상품을 가입시킨 것이 본인의 의사와 반하게 가입을 시킨 것으로 금소법에 위반한 것으로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며 “당첨자의 입장에서 빨리 나오고 싶었음에도 직원이 잡고 상품을 권유함에 따라 상품에 가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농협은행이 자산 운용을 위해 적금을 가입시켰다고 하지만 이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며 “심신이 지쳐있는 고객에게 계속 상품을 권유시켰다는 점에서 농협은행 본인들이 잘못한 것을 시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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