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노동현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용부의 산업현장 방문 ‘왜’

‘경제적인 다단계하청’의 문제

“중대재해법, 기업에 책임전가”

“정부·기업·하청이 의논해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잇따른 중대재해 발생으로 문제가 됐던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를 방문해 작업 현장을 점검했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관리를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점검 자체보다도, 왜 점검하게 됐느냐 하는 것이다.

2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점검은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도급인으로서의 안전보건 조치 이행 및 본사 안전보건 관리체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는 내년에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의 준비과정으로 점검이 강화된 것이기도 하다. 내년에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전에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생각해 볼 것은 현대중공업이 해당 현장의 총책임자이기 때문에 하청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중대재해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법이 모호하고, 처벌 수준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또 이같이 강화된 노동법으로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설명한다.

산업현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산업현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대 산업구조서 필연적인 ‘다단계하청’

이 같은 갈등 사이에는 ‘다단계 하청 구조’라는 문제가 있다. 다단계 하청 구조란 원청이 직접고용의 부담(고용+비용)을 덜기 위해 하청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산업구조를 말한다.

기업에 자사보다 어떤 작업에 특화된 기업을 하청으로 두고 이를 고용하는 것은 현대 산업 현장에서 피할 수 없는 구조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하청이 또 다른 하청을 두는 경우가 발생한다.

상위 하청도 필요에 의해 하위 하청을 두는 것이니 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위 하청이 수수료만 떼고 일을 하위 하청에 소위 ‘가격 후려치기’로 떠넘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 하위 하청은 가격 후려치기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래를 하게 된다. 또 작업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안전·보건 등에 대한 투자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산업현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또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도 대부분 이런 다단계하청 구조 가운데서 생겨난 경우가 많다. 기업 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소위 ‘위험의 외주화’를 시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이런 하청구조를 개선하라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법안이지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보다도 기업에 책임자를 처벌함으로 기업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중대재해 ZERO 선포식. (제공: 한화건설)
중대재해 ZERO 선포식. (제공: 한화건설)

법률이야 중간에 개정하는 과정을 거쳐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다단계 하청 구조는 전문화된 현대 산업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노동자가 하루에 3명씩 죽는 나라’라는 오명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기업, 하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대 사회에서 하청 구조를 없앨 수는 없지만, 단계를 2~3단계로 줄이거나 문제에 대해 원청과 하청이 함께 책임질 수 있는 등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다단계 하청 구조는 우리 사회의 치부”라며 “기업 측에선 노동자들이 서로 서열을 세우며 흩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기업 위주의 산업 문화가 이 같은 구조를 방관한 것이고, 정부와 국회는 이를 혁파하기 위해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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