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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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곳곳에서 죽어가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평택항에서 사람 목숨이 스러지고 있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치며 당선된 인물이 4년간 집권했음에도 사람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한 이유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 사람이 죽어나가면 발 빠른 원인 분석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함에도 오로지 다음 대선에 유불리만 따져 정치행위를 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문제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국민의힘의 전신들인 통합당, 자유한국당, 새누리당, 한나라당, 신한국당 시절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경제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주로 관심을 보이는 정당이어서 그러려니 하고 기대도 안한다. 그래도 한마디 하면 노동자 안전 문제를 외면하면서 국민을 대변한다고 말해서는 어떤 설득력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라.

일하다가 목숨 잃는 사람 숫자가 한해 평균 2000명에 이른다. 개선될 기미조차 안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전에 ‘산재 사망자 절반으로 줄이기’ 공약을 했다. 이제 임기 1년 밖에 안 남았다.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을 파악했다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게 도리다. 이제라도 산재사고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입법 대책 제시 등 실질적인 행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행 대책을 내각에 지시하고 자신이 직접 현장 점검을 수시로 해야 한다.

정부와 민주당은 작년 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척만 하고 자본 측과 정부 측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법률을 만들고 말았다. 원청에겐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고 문제가 될 때도 원청의 안전 책임자에게 책임을 전담시킬 수 있도록 법률을 만들었다.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규정은 아예 빼버렸다.

산재사고 중 35%가 발생하는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빼버렸고 50인–5인 사업장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한참 지난 2024년 1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50인 이상의 사업장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6개월 전에야 적용되도록 법률을 만들었다. 안전사회를 열망하는 노동자와 시민사회를 우롱하는 행태였다. 적용 범위나 강도, 시기를 볼 때 중대재해를 막을 의지가 없다는 걸 드러낸 입법이다.

지난 연말 뜨거웠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는 국민의 외침을 수용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참사의 반복을 상당 부분 막았을 것이다. 이번에 사고를 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포함해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의 대부분은 다단계 하청구조 때문에 발생했다. 적어도 건설현장 등 안전 분야만큼은 하청구조를 타파하고 직접고용 구조를 만들어 참사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정부와 민주당은 구조적인 원인은 들여다보지 않고 변죽만 울리고 경영계의 눈치만 보다가 4년을 허송해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지금 계속되는 안전참사의 공범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평택항에서 최고위원회를 열면서 산재예방을 외치는 것은 뒷북 대응일 뿐만 아니라 면피용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럴 시간에 법률을 만들어라.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노동현장 안전의 제1 원칙이 돼야 한다. 이 원칙의 정립과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과 하청구조 타파가 시급하다. 정부와 민주당은 중대재해 관련 법률에 구멍을 숭숭 뚫었다.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을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책임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집권세력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모르면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집권세력이 정신을 못 차리면 끔찍한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만 계속 희생될 수밖에 없다. 집권세력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노동자가 계속 희생된다면 집권세력이 간접살인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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