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갑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포스코건설 하도급 상습 ‘갑질’
부당특약에 선급금 늦게 지급
GS건설, 건설노조와 대립 중
“없던 일로 하자” 노조 회유
“건설업계 고질적 문제 만연”
“‘다단계 하청 구조’가 문제”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하청 갑질’ ‘안전 인식 부재’ 등의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를 두고 건설업계의 오래된 문화와 다단계 하청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 건설은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수급 사업자에 대한 부당특약과 이자·수수료 미지급으로 과징금 14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

또 지난 3일에는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타워크레인 감시용 CCTV 설치를 한 GS건설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GS건설에서 감지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타워크레인의 밑기둥인 ‘마스트’에 수십 개에 구멍을 뚫었고, 이로 인해 타워크레인의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건설은 공정위에서 판결이 나와 일단락됐지만, GS건설의 경우는 노조가 건설사 측에 ‘타워크레인 안전을 파괴하는 천공 행위’에 대한 책임자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공문을 보내, 오는 13일까지 답변을 요청한 상태다.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이 GS건설 측에 보낸 공문(제공: 전국건설노동조합)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이 GS건설 측에 보낸 공문(제공: 전국건설노동조합)

GS건설 측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는 없었던 일로 합의하자고 제안한 상태이고, 현재는 감지기를 다 뗐다”며 “노조 측에서 얘기하는 CCTV는 사실 ‘감지기’이고 타워크레인 불법점거를 막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작업은 보안업체에서 수행했고, (GS건설의) 현장 책임자는 구멍을 뚫은 후 반나절(6시간)이 지나서야 인지했다”며 “문제가 되는 타워크레인 마스트 부위 3대 중 1대는 현재 교체했고, 남은 2대는 차주에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GS건설 측에선 보안업체가 건설 현장의 가장 중요한 장비인 타워크레인의 20㎜ 두께의 철판에 구멍을 수십 개나 뚫는 작업을 하는 동안 몰랐고, 감지기를 뗐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한 셈이다.

투자 자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계약 체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업계 만연한 ‘문제없는 계약’에 손해보는 하청”

포스코건설 등 일부 대형 건설사의 이러한 행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업계구조에서 오는 갑‧을 문화를 손꼽았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업계 행정전문가 A(20년 근무)씨는 이번 포스코건설 계약과 관련된 사례를 두고 “건설업계에 만연한 고질적인 문제”라며 “해당 건설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건설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안이 이 정도까지 커졌다면, 신고한 하청에서도 거래가 끊길 각오를 한 것”이라며 “건설사와 하청은 갑과 을의 관계로 소송으로 이어져도 불리한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정위는 일을 처리할 때 계약서나 증명이 가능한 매체로 판정을 한다. 건설업계에서 계약서 작성 시 원청인 대기업들은 자체 변호사가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하청에서는 이를 면밀하게 검토하기가 어렵다.

A씨는 “대기업이 악의를 가지고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더라도 공사 중간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중지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들이 손해를 본다”면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계약상 문제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고, 공정위에서도 이런 경우 계약에 문제가 없어 합의하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계약 자체도 변호사 등 전문인력이 아니면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일명 ‘해석하기 나름의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를 처벌하려고 한다면 포스코건설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에서 적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GS건설이 타워크레인에 구멍을 낸 사건에 대해서도 “GS건설은 사망사고도 잦은데 왜 그랬는지 바보가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대기업의 ‘시스템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상위 100대 건설사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상위 10대 건설사 중엔 유일하게 GS건설만이 4분기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산업재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산업 재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갑질보다는 대기업의 다단계 하청구조가 문제의 본질”

건설사들의 ‘계약상 문제없음’으로 발생하는 일들 외에도 건설사들의 ‘다단계 하청구조’도 이런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기업이 하청에 갑질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한국 노동계의 고질병”이라며 “이런 갑질 사례는 ‘갑질’이라는 단어에 꽂혀 본질을 흐릴 수 있지만, 이는 사실 한국 산업계의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오는 폐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단계 하청구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대기업의 경영자들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데 있다. 책임을 져줄 사람들을 고용함으로써 본인들은 책임에서 벗어나는데, 이런 식으로 책임을 넘기는 행위가 다단계 하청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안전마저도 책임자에게 떠넘기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안전단체에서는 건설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타파하고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줄곧 내고 있었다”며 “하도급 구조는 안전 문제를 초래하는 구조이며, 단계마다 임금이 주는 일종의 착취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기업이 하청을 직접고용의 형태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