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0.3%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6.4% 상승했다. 장마에 따른 출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가 16.3% 상승하며 농산물 가격이 4.9% 올랐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8.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파·사과 등 농산물 가격 급등

풍부한 유동성, 보복소비 가능

한은 금리인상 놓고 고민 커져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최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모두 크게 뛰면서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전년보다 2.3% 올랐다.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대 오름폭도 2018년 11월(2.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이에 2분기 물가상승률은 2%를 웃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석유·원자재 등의 일시적 공급 부족 요인과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준이 낮은 데 따른 착시현상)가 더해진 현상으로 보고 2%를 상회할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 차단을 위해 물가 안정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 측면에서 그간 억눌렸던 ‘펜트업(지연·보복) 소비’까지 더해진다면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작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완화적인 통화정책도 일부 영향을 주는 만큼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어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3월 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5월 28일 0.50%로 내리면서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7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는 계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1년 가까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리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물가 상승에 기인한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실제 올해 2월 기준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274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연간 평균 2810조원보다 464조원이나 불어났다.
 

◆정부 “물가상승 제한적” 판단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는 특히 파(270%), 사과(51.6%), 고춧가루(35.2%) 등 농산물이 17.9%나 크게 뛰었고, 국제유가 강세로 석유류(13.4%) 등 공업제품 물가도 2.3% 높아졌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106.85)도 2월보다 0.9%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탓에 공산품 물가도 1.6% 올랐는데, 특히 경유(10.8%)·휘발유(12.8%)·나프타(7.0%) 등 석탄·석유 제품 가격이 뛰었다.

물가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국제유가가 꼽힌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대였던 유가가 현재 2배인 60달러대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기저효과도 뒤따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기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작년 코로나19 사태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외식 등 서비스 물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바 있어 기저효과도 분명 작용했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정부와 일각에서는 과도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4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며 ““올해 2분기는 공급측 요인에 기저효과가 더해지고 주요 작물 수확기 도래, 산란계 수 회복 등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안정 예상, 국제유가 안정적 전망, 3분기부터는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간 기준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 발언을 하고 있다.

◆인플레 촉발 위험요소 여전히 많아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위험 요소들이 여전히 많아 우려의 시각도 크다. 일단 수치상으로 물가상승률이 계속 높게 나오면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가 계속 뛸 것이란 생각으로 기업은 상품가격을 함께 올리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은 국고채 금리 등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4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서 2.1%로 2%를 넘어선 상태다.

아울러 지금은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크지 않지만, 조만간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가 터져 나오는 이른바 ‘펜트업(pent-up)’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감염 우려 등에 소비가 제약되면서 줄어든 민간소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은 분석에서도 작년 민간소비 감소분(2019년 대비)은 약 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유가뿐 재화의 원료가 되는 목재와 구리, 펄프, 고무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치솟는 것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건축자재인 목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75%나 가격이 뛰었고, 구리 선물 가격의 상승률도 70%대에 이른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도 물가상승에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에도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천지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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